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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헨의 선택 ㅣ 풀빛 청소년 문학 2
한스 게오르크 노아크 지음, 모명숙 옮김 / 풀빛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요헨의 선택.
제목만 보았을 때 내용을 짐작하기는 어려웠다. 책을 읽는 내내 생각과는 달리 심각한 전개에 놀랐고, 마지막 결론을 궁금해하면서 앉은 자리에서 책을 읽었다. 결국 드러나는 열 네살 요헨의 선택.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놀라운 선택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답답했고 머리는 멍해지는 것 같았다.
요헨은 작가가 존재하지 않은 장소라고 밝힌 '감화교육원'에 수용된 소년이다. 그러나 감화교육원에서의 요헨과 그곳에 수용된 아이들의 생활은 매우 생생하게 다가온다. 뭔가 한두가지씩 문제가 있어 들어온 아이들. 법적 구속이 되는 열 네살이 되기 전의 아이들은 소위 '감화교육'을 받기 위해 이곳에 수용된다.
아주 평범한 아이였던 요헨은 도둑질과 손찌검으로 이 곳에 들어온다. 그는 자신을 이곳에 보내기로 결정한 유일한 양육권자인 엄마를 원망한다. 그를 이지경으로 만든 것은 엄마로 생각한다. 자신에게 도둑질을 가르쳐주었고 공범이나 다름없는 친구가 있으나, 요헨은 의리를 지켜 그 친구를 지킨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댓가는 나는 이 사람을 모른다는 답장. 이렇게 믿었던 마지막 친구를 잃었고, 탈주 사건으로 인해 감화교육원에서 모처럼 따뜻한 손을 내밀어준 간호사로부터도 외면당한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부모의 외면이 아닐까. 처음 탈주하여 고생고생 찾아가서 만난 이혼한 아빠는 자신을 외면하였고, 결국 "날 여기서 내보내줘요! 나도 노력할게요!"라고 편지를 보내어 마지막 SOS 를 요청했던 엄마마저도 그 간절한 끈을 놓아버린다. 그리고 변해버린 요헨.
요헨은 굴복함으로써 다른 부자유를 얻었을 뿐이다. 다시 이곳에 단조로운 생활에 예속되어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리듬 속에서 생활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전부 남의 의지에 맞춰 행동해야 했다. (책 속 인용)
요헨은 두번째 탈주를 감행한다. 마치 자신을 잡으라는듯이 일부러 행동하는 요헨을 바라보며, 누군가 한사람이라도 요헨을 진정 사랑하고 있는 그대로 믿어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보여주는 상황은 또한 얼마나 현실적인가. 요헨과 같은 아이와 마주한다면, 나라도 감화교육원의 교사와 마찬가지로 그 아이를 생각하고 설교하지 않았을까. 책에 나오는 교사 하멜 선생의 말처럼 말이다. "그 아이를 처음 보자마자 알았어. 요헨은 다루기가 어려운 아이들 중 하나였어.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면 결국 훤히 알게 돼."
1970년에 쓰여진 작품이지만, 현재 우리의 청소년 문제를 생각할 때 매우 시의적절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소위 '문제아'로 단순히 규정 짓기 전에, 그들이 말하는 이유를 남 탓만 하는 핑게라고 생각하기 전에, 오늘날의 요헨을 다시 바라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든지 요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