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읽었던 소설 중에서 이처럼 가슴이 쿵쾅쿵쾅 뛰는 것을 느끼면서 읽었던 소설은 거의 없었다. 독자가 청소년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분류하자면 청소년 소설이라 할 수 있는 역사소설인 [초원의 별]. 그러나 이 책은 도입부부터 '어른'인 나를 강력하게 몰입시켰고, 잠시도 책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흥미로웠으며, 책장을 덮은 후에도 오래오래 여운이 남았던 소설이다.
새벽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을 지닌 소년 새부. 아버지로부터 글공부를 배우고 연마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깊은 회의가 들 무렵,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자신은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의 아들이라는 것. 자신에게 이미 주어진 태산 같은 운명을 거역할 수 없는 새부는 그 후 많은 고초를 겪게 되고, 결국 고려 땅을 떠나 멀고 먼 북방의 초원지대로 간다.
새부는 어떻게 될 것인가, 쓰러진 신라의 명운은 다시 되살리게 될 것인가, 혹여 가슴을 치는 비극적인 결말은 아닐까... 꼬리를 무는 궁금증을 가지고 손에 땀을 쥐고 읽어 나갔고, 결국 새부의 마지막 운명을 목격한 순간 나는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제목처럼 '초원의 별'이 되어 또 다른 역사를 쓰게 된 새부. 그것이 어느 유목민족의 역사와 연결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두가지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이러한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고려 초 신라 왕족 출신의 어떤 인물과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의 건국을 연결한 것이다. 그러고보니 금(金)은 신라 왕족의 성씨인 김(金)과 한자가 같지 않던가.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편적인 사실을 하나로 꿰어 치밀하면서도 풍부한 이야기를 탄생시킨 작가의 역사적 상상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마의태자를 다룬 작가의 전작 [마지막 왕자]를 거꾸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자마자 들었다. 찾아보니 역사소설과 판타지 부분에서 작가는 이미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다. 이 작품으로 강숙인 작가를 알게 된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