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형제의 동화 만나기

브레멘 음악대와 그림 형제 동화 ㅣ 그림책 보물창고 23
도리스 오겔 지음, 버트 키친 그림, 황윤영 옮김, 그림 형제 원작 / 보물창고 / 2006년 11월

  책을 펼치니 아이가 "으악!" 한다. 아직은 글씨가 많은 책을 보기 어려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한면 빽빽히 채워있는 글씨를 보더니 질겁을 하는 것이다. 게다가 '브레멘 음악대'는 이미 다른 명작 그림책으로 알고 있는 내용. 그렇지만 이대로 물러설 엄마가 아니다. 잠자리에서 매일 읽어주는 그림책이다, 생각하고 6개의 동화를 하루에 한편씩 풀어가기로 한다. 그림 형제와 함께 하는 6일 간의 여행인 셈이다.  

  이 책에는 '브레멘 음악대' 외에도 '산토끼와 고슴도치 부부', '새들의 왕', '새들과 짐승들의 전쟁','여우와 거위 떼', '늑대와 일곱마리 아기염소'가 실려있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도 있지만 처음 보는 이야기도 있고, 분량도 다 다르다. 그러나 읽어주기에 매우 편안하고, 내용을 잘 살린 수려한 그림이 보는 이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공통점이 있었다.

  특히 '토끼와 거북이' 우화를 연상시키지만 그 내용은 매우 기상천외한 토끼와 고슴도치의 대결은 가장 재미있었다. 그리고 원작에는 남편이 제안한 것으로 나오지만 여기에서는 아내의 제안으로 바꾸었다는 마지막 코멘트가 재미를 더한다.  

  '늑대와 일곱마리 아기염소'는 엄마는 가장 싫어하지만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명작인 '빨간 모자'와 비슷하면서도 우리 전래 동화인 '해와 달이 된 오누이'와도 비슷했다. 그런데 그 교훈이 '낯선 이에게 함부로 문을 열어주지 말라'는 것이라고 하니, 괜시리 의아하게 느껴졌다. 세상에는 이렇게 나쁜 것들이 있다! 그리고 문제 해결에는 반드시 비상한 방법이 동원된다! 라고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교훈이 담겨있기는 하다.  

  수많은 명작 그림책이 단행본으로, 전집으로 이미 시중에 나와있다. 이 책이 어떠한 차별성을 가지고 어떠한 매력을 풍길지는 독자의 판단에 달려있을 것이다. 그림 형제의 동화를 여러편 묶어서 본다는 것 외에도 이 책이 가지는 매력은 분명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