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책장을 넘겨보니 글씨가 없다. 아하, [글씨 없는 그림책]이구나! 그동안 이런 책을 몇권 본 기억은 나는데, 이 책은 조금 더 당황스럽다.끝까지 쓱 넘기고 저절로 이런 말이 나왔다. 뭐야~이번에는 아이와 함께 책을 읽어본다. 책 표지를 넘기기 전에 한마디."이 책은 글씨가 없더라. 그러니까 우리 이야기를 상상하면서 보자~"아이는 그 말에 엄청 호기심을 보이면서 놀라운 집중력도 보인다.27개 블록과 그 옆에 서있는 남자와 여자 블록 인형.뚝딱뚝딱 집을 만들었는데 그만 불이 난다.불을 끄려고 소방차로 변신하고, 물바다 속에서 배로 변신하고, 육지에 착륙하여 트럭이 되고, 다시 기차가 되고... 결국에는 무엇이 되었을까? 눈을 크게 뜨고 뚫어지게 보면 볼수록 새롭게 발견하는 것도 많다. 아마도 책을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이 들고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엄마가 처음 책을 넘겼을 때 가졌던 약간의 허망한 느낌(!) 과는 달리, 아이는 무척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아이와 함께 책을 보고 난 엄마도 마찬가지. 우리 아이는 책을 다시 펼치더니 그림에 맞춘 이야기를 소리내어 만들어본다. 불이 났어요~ 불을 껐어요~ 칙칙폭폭 기차가 되었어요~ 엄청 신이 난 목소리다. 책의 앞머리에는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우리 아이들에게"라고 적혀 있다.이 세상의 모양들을 자꾸자꾸 달라지게 만드는 건 아이들의 힘일런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고, 놀라운 모양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아이들이 새삼 다시 보이고 믿음직스럽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