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 - 황우석 사태 취재 파일
한학수 지음 / 사회평론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가 없다고 합니다."

누구나 기억하는 이름, 미즈메디 병원장 노성일 씨의 기자회견 내용을 전하는 TV 뉴스에서 나온 멘트라고 한다. 벌써 1년 전의 일인가. 그 당시 느꼈던 일종의 '공황' 상태를 지금도 나는 잊을 수 없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황우석 논문의 진위 여부를 두고 취재를 한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학문의 영역을 언론기관이 검증하는 것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학문적 이슈는 학계에서 논의되어야 정확하고 체계적이고 또한 객관적인 검증이 되는 것 아닌가. '전문적 권위'에 대한 신뢰가 검증의 접수 여부에 대한 신뢰로 연결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방송 프로그램에서 촉발된 문제 제기는 결국 사회적, 정치적 파장을 낳았고, 대학에서도 검증에 나서게 된다. 그 과정에서 구구한 소문과 억측은 다시 상기시키지 않아도 될 터. 

이 책은 이 방송 프로그램의 PD 가 기록한 일종의 취재 보고서이다. 믿을 수 없지만 확인해보지 않을 수 없는 한 내부제보자의 제보를 시작으로 무려 6개월간 그는 치밀하게 준비했다. 그 과정은 상상을 초월할만큼 드라마틱했다고 할까. 문제가 된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을 100번 이상 읽어서 왠만한 전문적 용어에 통달하게 되었고,  여러가지 가능성을 두고 치밀하게 하나하나 검토해 나가는 그를 보면서, 언론기관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큼(!) 허술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많은 연락 내용과 그 과정을 모두 꼼꼼하게 기록으로 남겨두었다는 것도 치밀함을 엿보게 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면, 보도를 접했을 때 나의 생각은 '설마, 학문을 하는 사람이 이런 중대한 오류를 범했을리가...' 였다. 강한 부정이 들었고, 그 어떤 보도도 믿을 수 없었다. 오직 학계의 검증 만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젊은 과학도들이 사진 조작의 문제를 제기하고, 서울대의 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모든 국민이 느꼈을 허탈감. 분노. 그리고 외면... 황우석이 외국 유학을 다녀오지 않은 국내파 연구자로서 세계적인 학자가 되었다는 점, 고등학교 1학년 때 성적이 나빠서 바닥에 등을 대지 않고 공부하여 상위권에 올랐다는 신화가 나에게는 얼마나 인상적이었던가. 그래, 노력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실력있는 국내파는 해외파에 절대 뒤지지 않아...   

학자에게 불문율이나 다름없는 '학문적 양심'이 그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학계에서는 왜 그를 검증하는 시스템이 돌아가지 못했는가? '국익'과 '진실'이라는 서로 다른 가치가 어떻게 양자택일적 가치로 전국민을 휩쓸었던 것일까?

이 책에서 확인되는 몇가지 점들. 

학계에서 이미 황우석의 연구에 대해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들의 의견은 거의 아무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고, 용기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좁은 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해 알아도 모른척 했던 수많은 연구자들도 당연히 있었다. 학계에서 학문적 진실을 검증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관행일지도 모른다.  

황우석을 영웅으로 만든 것도, 비열한 사기꾼으로 만든 것도 모두 언론이었다. 이미 소수의 연구자들이 용기를 내어 문제를 제기했지만 언론은 주목하지 않았다. 저자가 만났던 학자 중에는 매우 조심스럽게 단서를 제공한 사람도 있었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도 언론의 취향에 달려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취재윤리 위반과 특종보도에 대한 욕망. 이 책에서 소상히 밝히고 여러 차례 해명하고 있지만, 역시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솔직한 인터뷰를 유도하고자 '검찰에서 수사가 시작될 것이다' 라고 했던 말이 취재윤리 위반이라는 점을 나중에야 알았다니, 이건 또 어떻게 된 것인가. 기본이 되어 있지 못한 취재 관행은 언론이 또하나의 권력이라는 점을 뒷받침하는듯 하다. 

몇가지 잘못 알려진 점에 대한 저자의 해명을 100% 받아들인다 해도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진실을 밝혀낸다 하더라도 그 과정이 잘못되었다면 중대한 오점으로 남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용기와 끈질긴 노력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사태가 계속 진행되는 것을 여기에서 멈추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지점도 국민들에게 이미 큰 상처를 남긴 지점이지만 말이다.

역사는 이 문제를 어떻게 기억할까. 저자의 말대로 '기자는 드레퓌스'로 기억될 것인가. 아니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음모론의 주장대로 '황우석은 거대한 음모의 희생양'이 될 것인가. 진실을 밝혀져야 한다. 이번에는 반대쪽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 이 책만큼 꼼꼼하고 조목조목 근거가 있는 책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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