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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기술
앨런 브링클리 외 지음, 김승욱 옮김 / 풀빛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대학과 대학원에서 학문을 '하는' 법을 공부하지만, 그 학문을 '전하는' 법은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자신의 학생 시절 가장 인상적인 강의를 떠올리거나,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정도가 가장 일반적일 강의법 습득 과정일 것이다. 요즘 대학마다 교수학습개발센터 등의 이름으로 교수법이나 강의법을 교수 또는 강사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나 전통적인 방식으로 학문을 해온 사람들로서는 왠지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이 선뜻 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박사 과정을 수료하면 대부분 강단에 서게 된다. '가르침'에 대한 별다른 준비 없이 말이다. 첫학기에는 대부분 곤란과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음 학기를 맞이하게 되고 이것은 누구나 관행적으로 겪는 일이 되고 만다. 이 책은 그러한 강의 입문자를 위한 친절하고도 체계적인 안내서이다.
강의를 준비하고 강의 첫 주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는 것에서부터 수업 중 토론을 시키는 방법, 리포트를 부과하는 방법, 시험과 평가하는 방법 등 다양하고 구체적인 것들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심지어 공부와 강의를 병행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대학원생이 강의를 할 경우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공부와 강의의 조화를 어떻게 이루어야 할지에 대해서도 안내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강의 초반, 강의실을 분위기를 확립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 때 먼저 학생들과 얼마나 가까워지고 싶은지 신중하게 생각해볼 것을 제안한다. 친구처럼 지내거나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을 것은 지양하고, 수업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방해하는 학생들과 재실 시간의 문제에 대해서도 단호한 쪽의 방법을 선호한다. 학생들로 하여금 강의자가 학생들 각자와 학생들의 성과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확신하게 한다면 강의가 성공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은 이 책의 저자들이 관계 중심 리더쉽보다는 성취 중심 리더쉽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 밖의 세세한 조언들 중에서도 도움이 될만한 부분이 있다. 다양한 방식의 토론 활동, 에세이 쓰기, 저널 쓰기 등에 대한 설명은 강의와 평가의 기법을 익히도록 해준다. 다문화 사회에서 강의의 포용성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도 흥미로웠는데, 최근 우리 사회의 상황과 맞물려서 어느 정도 수긍이 갔기 때문이다. 저자들이 모두 역사학의 강의자라는 점과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은 다소 현실감을 떨어뜨리게 하는데, 결국 유일한 최선의 강의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이 책을 일종의 참고서로 쓰는 것에는 무리가 없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