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에 빠진 내 아이 구하기
고재학 지음 / 예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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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겨울, 우리 집에서 최고의 화두는 '휴대폰'이었다. 큰 아이는 6학년 겨울 방학을 맞고 있었고, 벌써 같은 반 친구 대부분은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엄마인 나는 대학생이 되면 휴대폰을 사주겠다는 입장을 몇년째 강경하게 고수하고 있었다. 그러나 설날 연휴에 만난 삼촌은 졸업 선물로 휴대폰을 사주겠다는 이야기를 꺼냈고, 순간 휴대폰 구입은 기정 사실이 되고 말았다.

  결국 아이에게 휴대폰을 학교에 가지고 다니지 않을 것, 사용 요금이 일정액 이하일 것, 문자를 한달에 100통 이하 사용할 것을 약속하고 휴대폰을 사주었다. 그리고 나서 하는 아이의 말이 뒷통수를 쳤다. "친구들이 그러더라구, 엄마들이 아무도 안사준다고 하다가 중학교 입학 전에는 다 사준대"

  그러나 휴대폰은 아이의 손에 쥐어진지 보름도 채 안되어 압수 조치되었다. 하필 학교에 딱 하루 가지고 간 날 잃어버렸던 것. 우여곡절 끝에 찾았지만 한달간 압수되었고, 그런 일은 몇번 반복되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읽었다. 읽자마자 아이에게 읽히고 감상문을 쓰게 하였다. 물론 휴대폰을 되찾는 조건으로 말이다. 아이의 감상 요지는 이랳다. 이 정도로 심한 아이는 별로 없다고!

  이 책을 읽고 나는 같은 저자가 쓴 <내 아이를 지키려면 TV 를 꺼라>를 보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충격, 그리고 우리 가족 되돌아보기, 해결방안 찾기... 안그래도 청소년의 휴대폰 사용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더욱 확신이 들었다. 무엇보다 휴대폰으로 인해 아이들 간의 관계가 변질되는 상황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쪽지 돌리기를 하지 않는 아이들. 그 원인이 핸드폰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아이의 휴대폰에 찍힌 문자가 떠올랐다. "체육복 빌려줄 사람?" 요즘에는 교실마다 직접 돌아다니며 체육복 빌려달라고 하지 않고, 이렇게 문자를 돌리는가 보다. 대인관계 능력이 줄어드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휴대폰과 인터넷 사용이 인류학적으로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지 사실 나는 매우 궁금하기도 하다. 

  휴대폰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한 학교의 사례들에도 관심이 갔다. 사실 휴대폰 문제는 학교와 가정에서 힘을 합쳐 숙고해야 할 문제다. 학교에서 완강하게 휴대폰 소지를 금지시킨다면 가정에서도 이를 따를 것이다. 혹은 이런 식으로 휴대폰 문제를 처리하는 교사도 보았다. 아침 조회 시간에 가방을 들고 가서 자율적으로 휴대폰을 담으라고 하고, 종례 시간에 다시 되돌려 주는 것. 가져간 휴대폰은 절대 열어보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고 말이다.

  부모와 교사라면 한번쯤 꼭 읽을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읽혀보자. 극단적인 사례가 많이 담겨있기는 하지만, 예방 차원에서, 그리고 휴대폰의 해악에 대해 판단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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