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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공부습관 평생진로 결정한다 - 상위 3% 학생들만 알고 있는 공부의 기술
메가스터디 엠베스트.와이즈멘토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초등학교 4학년~" 이란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때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무슨 소리! 내 뜻대로 키운다! 학원 안 보내! 엄마가 알뜰살뜰 챙겨주는 홈스쿨링도 안해!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되 큰 거, 중요한 거만 챙긴다는 내 스타일을 고수했다. 학교에서 몇 과목의 시험을 보기는 했지만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으니 이 때만 해도 나름대로는 대범한 학부모였다고한 할까?
그러나 중학생이 되어 드디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성적을 가져오기 시작한 큰 아이. 과목별로 학년 석차만 적혀 있을 뿐이지만 가슴이 철렁하다. 아뿔싸, 이를 어쩌나. 초등학교 때부터 걱정이 많던 수학은 그런대로 점수가 나오는데 도덕, 기술가정, 컴퓨터. 이건 평균 이하의 점수가 아닌가? 큰 일 났다. 특목고 보낼 욕심은 없지만 뭐든지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서는 공부를 "어느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리하여 시험 공부하는 과정을 관찰해보니 음... 엄청난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교과서 안보고 문제집만 주구장창 풀기, 과목별로 심하게 편중된 공부 시간... 이런 걸 꼭 가르쳐줘야 아나? 그런데 이걸 구구절절 가르쳐줘야 하는 것이었으니, 범재(凡材)를 둔 엄마의 운명이었다.
사설이 길었다. 이 책은 중학생이 되기 직전에 읽거나 1학기에 읽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래서 겨울방학을 앞둔 시기에 이 책이 나온 것이 아닌가 짐작해본다. 상위 3% 학생들만 알고 있는 공부의 기술이란 부제를 보면서 기도해본다. 그래, 내가 모르는 그 비법 좀 알려다오!
이 책은 반에서 오직 1등을 한 학생들만 상위 3% '공부 벌레'로 규정하고, 2등 이하는 '보통 학생'으로 규정하여 이들의 습관과 의식을 비교하고 있다. 1등과 2등은 종이 한장 차이 같은데 아닌가보다. 2등 또한 1등을 위해 노력해야 할 대상이라는 점에서 그들 또한 '보통 학생'이란다.
여러가지 비교가 흥미로운데 특히 공부 벌레들과 그 학부모와의 비교도 색다르다. 특목고에 가는 동기 중 학부모는 '능력이 뛰어난 동료 학생들'에 높은 점수를 준 반면, 아이들은 '우수한 교사'에 큰 점수를 준다. 좋은 물에서 놀기를 바라는 부모와 자극을 주는 요소를 기대하는 아이들의 시각 차이다.
놀라운 것 중의 하나는 1년의 4권 이상의 책을 읽는 아이들이 공부 벌레 중에서는 80%가 넘고, 보통 학생은 60%가 넘는다. 그렇다면 4권 미만을 읽는 아이가 얼마냐는 소리? 책을 1년에 3권 미만을 읽고도 반에서 1등하는 아이가 있다는 것 아닌가. 독서와 성적의 상관관계를 반드시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독서하지 않는 중고생의 실태가 한편으로 놀라웠고 한편으로 의심스러웠다.
부모로서 뜨끔한 것 하나. 공부 벌레들은 가장 닮고 싶은 사람으로 부모를 꼽았고, 공부에 있어서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역시 부모를 꼽았다. 나는 어떠한가? 반대로 부모의 말을 귀를 막고 싶은 '잔소리'가 아니라 귀를 열어두고 싶은 '조언'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공부 벌레의 가능성을 가진 것이 아닐런지?
이 책에는 이 밖에도 많은 정보와 공부 방법들이 담겨있고, 늘상 알고 있으나 실천이 어려운 것에서부터 아주 의외였던 것까지 내용은 그런대로 읽을만 했다. 아무래도 대치동 학원가의 냄새가 나는 것과 우리 아이에게 취약한 도덕과 기술가정 과목의 성적 향상에 관한 구체적인 기술이 적은 것은 개인적으로 유감. 그리고 문득 든 생각 하나. 이 책의 대상은 학부모인가? 아이가 읽고 깊은 감동(!)을 받을만한 책이 필요한데! 마지막으로 하나 더. 중위권에서 상위 10% 정도로 성적이 향상된 사례가 더 많은 케이스, 즉 평범한 아이들의 학부모들에게는 더욱 절실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