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교사는 이렇게 가르친다
제임스 M. 배너 주니어.해럴드 C. 캐넌 지음, 이창신 옮김 / 풀빛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돌이켜보면 초임교사 시절, 어찌할 바를 몰라 좌충우돌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발령받은 학교에 가서 내가 담당하는 교과를 열심히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녹녹치 않았다. 교실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유형의 다양한 상황들을 관리하는 능력이 내게는 부족했다. 처음 1년간,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선배 교사들을 쫓아 다니며 열심히 물었다. 숙제를 안해오거나 교과서를 안가져오는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쓸데없는 이야기나 도전적인 발언을 하는 아이는? 수업에 집중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은? 

  이 책을 보면서 초임교사 시절의 기억이 떠오른 것은 '가르치는 행위'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내가 궁금해했던 점들이 상당부분 들어 있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답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가르침을 바라보는 전체적인 관점 측면에서 공감이 되었고, 각론의 내용 또한 도움이 되었다. 가르침의 성격에 대해, 교사가 하는 일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었다. 

  이 책의 저자들은 교사를 '예술가(artist)'로 보고, 교직을 '특별한 의무와 책임이 따르는 특별한 직업'으로 본다. 교사는 매뉴얼대로 하면 되는 기계적인 도구가 아니다. 가르침이란 그렇게 단순한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생활인으로서만 교사를 바라 본다면 학생에 대한 특별한 책임감이나 윤리의식을 요구할 수 없을 것이다. 교사는 다음 세대의 주역인 학생들에게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고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이 책의 원제는 가르침의 요소(The elements of teaching). 가르침의 중요한 요소를 9가지로 보았다. 그 요소는 학습, 권위, 도덕, 질서, 상상, 연민, 인내, 인격, 즐거움이며, 각각의 내용을 설명하고 이에 해당하는 교사 또는 교수의 사례를 들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처음 언급되는 것은 '학습'. 교사의 자기 계발과 성장을 위해, 그리고 학생의 모범이 되기 위해 교사의 학습을 강조하는 것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학습은 가르침의 본질이기도 하다.   

  '권위'와 '도덕', 그리고 '질서'는 가르치는 행위에 존경과 신뢰를 더할 수 있다. '권위'와 '권위의식'은 다르다. 권위는 가치중립적인 개념으로 타인을 통솔하는 힘, 영향력이다. 이러한 권위는 정확한 자기 인식과 자신감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여기에 바탕이 되는 것은 교사의 충분한 능력임은 말할 것도 없다. 

  '상상'과 '연민', 그리고 '인내'는 정서적인 측면이 강하다. 상상력이 풍부한 교사는 학습 효과를 높일 자신만의 방법을 찾으며, 연민을 가진 교사는 학생의 입장에 서서 학생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인내심은 학생의 한계를 인정하고 약점을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이다. 이러한 요소들에 주의하는 노력 자체가 가르침의 대상인 학생을 이해하는데 한발 다가가는 것이 될 것이다.

  '인격'은 어느 사람에게나 공통적인 어떤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교사는 자신의 성격과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인격을 계발해야 한다. 인격을 갖춘 교사의 가르침에 권위가 부여됨은 당연한 일. '즐거움'은 학생이 교사에게서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다. 학생의 성장은 교사의 즐거움이고 가장 중요한 보상이며 동기일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또한 교사에게 있어 가장 뿌듯한 점이기도 하다.  

  그동안 읽었던 교육 관련 서적 중에서 이 책만큼 나에게 커다란 인상을 남긴 책은 최근에 없었다. 수준은 전문서와 대중서의 중간 정도라 읽기 쉬우면서도 메세지가 있다. 다시 돌이켜보면 그 옛날 선배 교사들로부터 수집했던 노하우는 결국 나의 것이 되지 못했다. 가르침에 있어서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야 했던 것. 초기의 시행착오를 거쳐 나의 성격과 인격에 맞는 티칭 스타일을 만들 수 있었고 효과적인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으니, 이것이야말로 '교사는 예술가'라는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닌지.

  아쉬운 점은 고립적인 성격을 가진 교직 사회의 문화이다. 가르침에 대해, 교직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문화가 학교 현장에서는 낯설기만 하다. 가르침은 그 속성상 교사 혼자의 일로 여겨지고 협동을 요하는 작업이 아니기에, 가르침에 대해 교사들간에 활발한 대화는 이루어지지 못한다. 또한 대화의 필요성 또한 절실히 느끼지도 못한다. 

  그러나 이런 책을 가지고 교사들이 함께 세미나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나하나의 요소마다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이 많은가. 예컨대 이미 땅에 떨어진지 오래 되었다고들 이야기하는 교사의 '권위' 만 가지고도 밤새 할 말이 있을 것 같다. '질서'와 '연민'이라는 다소 대립되는 요소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할 것인지도. 교직은 단순한 생활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직업이라고 믿는 이 땅의 모든 교사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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