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나를 입은 어느 날 반올림 9
임태희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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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1 : 학교에서 매우 모범적이고 교복 차림에 있어 아무런 문제를 일으킨 적 없는 우등생 아이를 시내 번화가에서 마주쳤다. 그 아이의 패션은 너무나 파격적이어서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그 때 알았다. 학교에서 보이는 모습은 결코 전부가 아니다.

  장면 2 : 중학생이 된 딸 아이. 작년부터 슬슬 엄마가 사다주는 옷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학교에서 시험보는 마지막날 친구들과 시내에 나가 옷을 사가지고 온다. 이 책의 표현을 대충 빌려본다면, 시험을 보고난 후 옷을 사는 것인지, 옷을 사기 전에 시험을 보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100 페이지를 조금 넘기는 얇은 책이다. 눈에 확 들어오는 표지 그림과 흥미를 유발하는, 꽤 잘 지은 제목이었다. 책을 잡은지 30분이 못되어 다 읽었는데, 서평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일순 고민스러워 진다. 중학생을 둔 학부모이기에,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의 행동과 사고 방식에 매우 큰 공감이 되었다. 그런데 뭐랄까, 그걸 풀어내는 방식은 어쩐지 편하지 않게 느껴졌다. 나 또한 인터넷에서 글을 쓸때는 온갖 기호와 부호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걸 책에서 만나고 싶지는 않은 것이 그 한가지 이유라고 할까? 기존의 책에 익숙한 것도 있지만 내가 그쪽을 더 선호하기 때문일 수 있다.

  나에게만 보이고 들리는 "녀석"이 대체 무엇인지 단번에 와닿지 않았고 (소설을 읽으며 뭐든지 단번에 이해되기를 바라는 이 독자의 마음이란!), 패션과 의류에 대한 매우 높은 수준의 지식도 왠지 아이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도 요즘 아이들을 너무 몰라서인가?

  그러나 등장인물 각각에 대하여 확실하게 캐릭터를 부여한 것은 분명 작가의 공이다. 리더K가 '엄마'를 닮았고 그 잔소리와 경고가 잘 들어 맞기에 나머지 아이들 모두 한가지씩은 리더K에게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는 대목에서 한바탕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 아이들의 생활, 이를테면 비자금을 비축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내 아이를 한번 돌아봐야 한다는 생각이 퍼뜩 들 정도로 작가는 요즘 아이들을 잘 알고 있다. 

  자기 옷을 고집하는 것은 곧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시기 여자 아이들의 심리 상태와 행동 양식이 궁금하다면 한번 쯤 볼만한 청소년 소설이다. 표지에 그려진 여자 아이보다는 좀더 성숙된 연령의 아이라는 점도 유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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