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희 수도회에는 다 함께 성당에 모여 기도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마음을 정갈히 하고 기도당번 수녀님이 성경 말씀이나 다른 좋은 글을 읽어 주십니다. 독서를 들은 후에는 그에 비추어 자신의 삶을 반성해 보며 묵상을 하지요. 이번 주에는 제가 기도당번이라서 무슨 글이 좋을까 찾아보다가 마음에 남는 글을 발견했습니다.
형제애란, 서로의 선을 빌어 주는 것이다. 설령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을지라도, 의지적으로 그의 선을 빌어 주고, 그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더욱 충만하기를 빌어 주어야 한다.
무인도에서 혼자 살지 않는 이상,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지요.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 나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위해 선을 빌어 주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어쩌면 하기 싫은 일일지도 모르지요. 더군다나 나를 아프게 한 그 사람이 가까이 지내던 사람이었다면, 더더욱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용서란 무엇일까요? 그냥 없었던 일로 덮어 버리고 잊어버리는 것? 세월이 약이라고 하며 어찌어찌 잊는다고 해도 진정한 용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마음의 상처는 온전히 아물지 않을 것입니다. 참된 용서는 자신에게 남겨진 아픈 상처를 바라보고 인정하며 상대를 이해하려 노력할 때 시작됩니다.
여섯 명의 용서 체험기 “용서는 사람 사이에 물길을 튼다”는 이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유명한 분도, 평범한 분도 분노와 좌절을 겪고 용서하기까지의 자신들의 마음고생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여섯 이야기는, 우리도 용서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줍니다. 그 분들이 지난 일들을 무턱대고 잊으려고만 애썼다면 우리에게 이토록 편안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책을 조금 들여다 볼까요?
미움이라는 게 지우개로 싹싹 문지른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다. 없애버리려고 작심을 해도 미움이란 결코 한순간에 사라지지 않는다.
미움과 싸우려면 먼저 소용돌이가 잦아들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겨울 산에 쌓인 눈이 언제 다 녹을까 생각하겠지만 햇살과 바람이 온기를 더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녹아내린다. 그런 다음에야 대지가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마음에 산처럼 쌓인 미움을 녹이려면 시간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용서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용서해야 하는 까닭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내가 살기 위해서입니다. ... 두 번째 이유는 그 사람을 선하게 변화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이 책에 실린 분들처럼 누군가가 너무너무 미워 견딜 수 없다면, 혹은 그런 사람은 없지만 왠지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 가만히 마음속을 바라보고 그를 이해하고 용서하려고 노력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그러면서 우리는 더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