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새해 첫 아침, 수녀님들이 다 모여 계신 가운데 기도당번 수녀님이 읽어 주신 글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고요히 눈을 감고 온갖 더러움으로 얼룩진 대지를 뒤덮은 설경을 그려보자. 새하얀 눈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며 꿈과 희망을 새롭게 하는 것을 상상하자. 하느님께서 지금 이 순간 새롭게 시작하도록 초대하시는 말씀을 들어보자.

 하느님은 이사야 예언서에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예전의 일들을 기억하지 말고 옛날의 일들을 생각하지 마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하려 한다. 내가 지금부터 너에게 새로운 일들을, 네가 모르던 감추어진 일들을 들려주겠다. 예전의 것들은 이제 기억되지도 않고 마음에 떠오르지도 않으리라.”(43,18-19; 48,6; 65,17) 

 하느님의 사랑은 영원하다. 하느님은 흰눈으로 뒤덮인 대지처럼 새로운 한 해를 주심으로써 용기를 북돋아 주신다. “보라, 온통 새로움뿐이다. 깨끗하고 신선하다. 그 가운데로 함께 걸어가자. 뒤를 돌아보지 말자. 과거는 지울 수 없지만 나와 함께 현재를 걸어갈 수 있다. 너에 대한 내 사랑을 간직하고 너와 함께하는 내 현존을 믿어 다오. 네가 여정을 새롭게 시작하면서 네 자신에게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나한테만 의지한다면 멋진 일로 너를 놀라게 해주겠다.”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은총인지를 깨달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크신 사랑으로 저의 잘못을 하나하나 들추시기 보다는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려는 저의 곁에서 말없이 함께 해 주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참 아름다운 글이구나 생각했는데 조이스 럽 수녀님의 “갓 구운 빵”이라는 책에서 발췌하신 글이었습니다. 무슨 책일까 다른 글은 뭐가 있을까 궁금하여 얼른 들춰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은 한 달을 시작하며 읽을 수 있는 짧은 글과 시, 매일매일 마음에 새길 수 있는 짧은 성경 구절, 그리고 매 주를 돌아보며 일기를 쓸 수 있게 이끌어 주는 작은 질문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매 달의 내용은 전례력과 가까운 주제들에 맞추어져 있어서 전례와 연관 지어서도 일상 속의 묵상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지요. 갓 구운 따스한 빵을 매일 먹듯이 매일의 삶을 살아가는 에너지를 말씀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한 해를 시작하며 매일 말씀으로 마음을 가꾸는 계획을 세워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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