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룡 지음.
제목이 재미있으면서도 공감이 가는 책이었습니다. 자비하신 하느님이 왜 화를 내실까? 정말, 사랑이신 하느님께서는 왜 분노하시는 걸까요?
저자 곽승룡 신부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 하느님의 질투는 인간의 질투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것은 인간이 더 잘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을 때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추임새 또는 긍정적 자극제와 같다. ...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하느님의 축복을 굳게 믿으면 어려움이 있더라도 목적지에 당당하게 도달할 것이다."
그러면서 성경 속의 하느님에 대해 이모저모로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천주교 4대 교리인 천주존재, 상선벌악, 강생구속, 삼위일체를 성경과 연관지어서 풀어나갑니다.
며칠 전 복음에서, 이방인이었던 백인대장은 자신의 종을 낫게 해 주시기를 예수님께 청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 마침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이 책 속에 있어서 소개합니다.
유다인은 이방인의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방인의 집에 들어가는 것은 부정을 타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유다인의 풍습을 잘 알고 있던 이방인 백인대장은 "주님,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라고 고백하며 그저 한 말씀만 해주시면 종이 나으리라고 믿는다.
가톨릭 미사에서 예수님의 몸을 받아 모시는 영성체 직전에 우리는 백인대장의 믿음을 반복하여 이렇게 기도한다.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다."
이 얼마나 겸손한 기도문인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약함과 겸손을 인정하면 오히려 용기와 힘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영성 생활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우리가 겸손하고 약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예수님은 우리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축복하시며, 우리의 약한 믿음을 치유하고 희망이 샘솟게 하신다.
... 백인대장은 오로지 주님의 말씀만 신뢰하면 기적이 일어나리라고 믿었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힘을 가까이에서 느낄 때 많은 위로를 받으며 그 위로 안에 믿음을 둔다. 그러나 더욱 깊고 강한 믿음은 비탄과 고통 안에서 기적을 일으킨다. 믿는 바로 그 순간 우리는 기적의 힘과 효력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많은 어려움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리고 아주 자주,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그 어려움을 어떻게든 이겨 내려고 애씁니다. 물론 꼭 필요한 태도지요.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한계를 가진 인간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우리의 약함을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에 맡겨 드리는 겸손함도 필요합니다. 우리의 의지가 하느님의 사랑과 만날 때, 우리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