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 신자들은 11월을 위령 성월로 정하고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며 자신들의 죽음도 묵상합니다. 실은 자주 묵상하기엔 죽음이란 좀 무거운 주제지요. 그래서 이렇게 특별한 시기를 정해 놓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죽음에 관해 맨 처음 생각하게 된 것은 친한 친구의 어머니가 오랜 시간 병마와 싸우시다가 돌아가시는 것을 보고 나서였습니다. 점점 기력을 잃으시는 모습을 바라보며, 죽음이란 참으로 고통스러운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고 두려웠습니다. 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그렇게 보내야 한다면 얼마나 괴로울까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죽음"이라는 단어는 생각하기도 싫었습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또 몇 번의 죽음을 더 바라본 후에야, 그렇게 두려웠던 죽음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맞이해야 하는 삶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두려운 마음은 변함이 없었지요.
그랬던 저의 두려움을 많이 가라앉혀 준 책이 있었습니다. 스즈키 히데코 수녀님의 "떠나는 사람이 가르쳐 주는 삶의 진실"이라는 책입니다.
"임사체험"이라는, 영혼이 육신을 떠나는 경험을 통해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된 수녀님은, 죽음을 앞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과 마음을 나누며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게 위로하고 또 위로받은 분입니다. 이 책에서 수녀님은 자신의 임사체험과 다른 환자들을 만나며 겪은 일들을 편안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수녀님 뿐 아니라 임사체험을 통해 죽음을 경험했던 다른 많은 사람들은 모두 죽음 이후의 세계가 아주 행복하고 따뜻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 새로 태어나는 과정이고, 그렇기 때문에 죽음은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또한 죽음을 통해서 살아 있음에 대한 기쁨을 배우고, 그렇기 때문에 삶을 더 긍정적으로 살아 가야 한다는 메세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책을 조금 들여다볼까요?
아무리 지겨운 병을 앓고 있어도 지금 살아 있고, 우리는 시시각각 바뀌어 가는 '지금 이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나쁜 미래를 상상함으로써 불안해하거나 지금을 허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두려움에 휩쓸리지 말고, 앞으로 3개월이 남았든 30년이 남았든 중요한 것은 지금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어떤 방향을 선택하여 살아가는가에 따라 미래는 크게 바뀝니다. ... 지금 이 순간은 얼마 되지 않는 차이일지 모르지만 1개월 후, 반년 후가 되면 엄청나게 큰 차이가 생길 것입니다.
죽음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저에게 다가올지 저는 모릅니다. 아직도 죽음이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삶의 한 과정인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 지금 살아 있음에 감사드리며 기쁘게 살아간다면 죽음도 반갑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