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미사 후에 30분씩 그날의 복음을 묵상합니다. 어떤 날은 복음이 이해하기 쉽기도 하고 저의 생활과 바로 연결되는 내용이기도 해서 묵상이 잘 되지만, 혹은 잘 되었다고 착각하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아무리 읽어도 무슨 말인지 도데체 알아들을 수가 없는 경우도 있지요. 그럴 때는 오늘 복음은 나랑 상관이 없나보다..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가슴 깊이 느끼고 삶에서 체험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갈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의 저자 이인옥님은 자신의 생활 속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느끼고 그 속에서 위로를 얻었던 체험을 많이 하신 분입니다. 아이를 키우며 부딪혔던 어려움들이나, 경제적 어려움, 암이라는 큰 병과 싸우는 중에서도, 자신이 처한 상황들을 하느님의 말씀과 연결시키며 그 속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으셨습니다. 성경 구절과 생활 체험 사이의 연결이 부드럽고 편안해서 부담없이 읽으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본문을 조금 들여다보면 이렇습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일이다. 기말시험에서 전과목 백 점을 받아 전교 일등을 했다며 신이 나서 돌아왔다. 대견해서 칭찬을 했더니 아이는 마치 맡겨놓은 물건이라도 있는 듯이 무슨 선물을 해줄 거냐고 말했다.
순간 이건 아니다 싶어 물었다.
"왜 내가 너에게 선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러자 자기 반의 어떤 애는 백 점을 받으면 그때마다 엄마 아빠가 선물도 주고 용돈도 올려준다는 것이다. ... (중략)
"그래, 엄마도 네가 정말 자랑스럽고 기쁘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이 잘 나오면 가장 기쁜 건 너 자신이며 그렇기 때문에 공부는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야." 하고 말했다. ... (중략)
"어찌하여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는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냉정하게 거절하시는 예수님의 말씀도 그 진의가 따로 있을 것 같다. ... (중략) 보상이나 상급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가 하느님의 선물을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주님은 냉정한 태도로 바로잡아 주신다. 내가 아이들에게 보상과 무상의 선물에 대한 차이점을 설명하기 위해 까다롭게 굴었듯이 말이다. (p.76-79)
아이와의 작은 논쟁에서 예수님의 말씀의 참뜻을 발견하는 성찰에, 모든 것을 깊이 바라보는 눈을 가지셨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늘 반복되는 삶의 현장에서, 매일 마주하는 가족의 얼굴에서, 바로 옆자리의 동료와 겪는 일들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그 뜻을 살아 내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꾸준한 묵상과 기도로 삶 속의 성찰들을 꽃처럼 피워낸 이 책은, 다른 각도에서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배울 수 있게 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