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아리스토텔레스 - 아테네의 피
마가렛 두디 지음, 이은선 옮김 / 시공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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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에게 너무나도 유명한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가 탐정으로 활동을 했다면 어땠을까라는 발랄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역사추리소설이다. 고대의 철학자로만 알려졌던 아리스토텔레스를 탐정으로 탈바꿈시켜 고대의 살인사건을 수사하게 만들고있는데 일단 설정자체가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전형적인 안락의자탐정으로서 실질적인 주인공인 스테파노스가 몸으로 때우는 고생을 하며 진범을 추적하는 중간중간에 그에게 도움을 주고 그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이정표의 역할을 하고있다.

범죄의 실체를 규명하고 범인의 정체를 밝히기위한 토론과정은 현대의 법정공방전을 보는듯한 스릴감을 안겨주고 사건을 해결해가는 추리과정은 전형적인 수수께끼풀이형의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도 보장해준다. 트릭자체나 살인사건의 범죄로서의 작품성자체는 그렇게 쇼킹하다거나 기발하다거나 새로운것이라고 할수는 없지만 일단 배경설정자체가 어느정도 커버를 해주는데다가 추리소설이 아닌 일반대중소설로서 읽어도 별무리가 없을만큼 통속소설자체로서의 읽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에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수있었던 작품이었다.

물론 개인적인 느낌이긴 하지만 주인공인 스테파노스와 그의 스폰서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캐릭터가 너무나 맘에 들었던점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수있었던 원인중의 하나였다. 성격이나 대사나 인격등등 그들의 인간적인 특성과 매력과 개성이 내게 너무나도 깊은 공감과 동감대를 형성했기에 정말 감정이입이 잘됐던 작품이었고 덕분에 시간가는줄 모르고 시원하게 읽어내려갈수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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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가 무슨 말을 필립 K. 딕의 SF걸작선 2
필립 K. 딕 지음, 유영일 옮김 / 집사재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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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워낙에 필립 K.딕의 이름이 유명하기에 그 이름만 믿고 구입했던 책이다. 어차피 출간된지 1년만 지나도 시중에서 구하기가 힘들어지는 책이 SF소설들인지라 품절과 절판딱지가 붙기전에 일단 무조건 구하고 보자는 생각도 이 책을 구입하는데 한몫 거들긴 했지만. 이 책을 읽은 많은 독자들이 번역문제를 문제삼고있는데 나역시도 이 책의 번역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원래 번역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않고 읽어넘기는 무덤덤한 성격이지만 그러한 나의 둔한 눈에도 상당히 껄끄럽게 거슬리는 문장들이 종종 눈에 띄었으니 말이다. 그 문제만 제외하면 상당히 만족하며 읽었던 책이었다.

'아무도 못말리는 M'과 '죽은자가 무슨 말을'은 사실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못했고 지루한 느낌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예전엔 이런류의 작품을 읽을때는 작품속에 담겨진 작가의 심오한 사상과 암시와 주장과 메세지를 어떻게든 포착해내고자 몸부림을 치며 골머리를 앓았었지만 이제는 그냥 맘편히 순수한 읽는재미만을 추구하며 책을 읽고있는데 이 두 작품은 별다른 재미를 느낄수없었다. 그냥 암울한 디스토피아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구나하는 정도의 느낌을 받았을뿐.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는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는데 영화 토탈리콜의 원작으로도 널리 알려져있는 이 작품은 작가의 유머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흡사 오헨리의 작품을 읽는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두번째 변종'은 두말할나위없이 이 단편집 최고의 걸작이자 필립 K.딕 최고의 단편중의 하나이며 개인적으로도 중단편SF소설중에서 '사기꾼로봇', '샌드킹'과 함께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처음 읽었을때 느꼈던 그 섬뜩한 공포감과 경외감은 아마 앞으로 다시 느끼기 어려울것이다. 이건 처음 읽었을때에는 생각지못했던 일이었는데 이번에 다시 읽다보니까 극중 곰인형을 들고 다니는 데이빗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머릿속에 AI의 주인공과 슈퍼테디베어가 떠올랐다. 그야말로 작품속에 묘사된 데이빗의 모습을 영상으로 옮기면 딱 AI의 주인공모습일거라는 확신에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매혹적인 시장'은 상당히 많이 접해본 설정이라서 새롭다거나 기발하다는 느낌은 받지못했지만 나름대로 읽을만한 작품이었다. 마지막으로 '오르페우스의 실수'는 작가의 재기발랄한 유머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단편집1권에 수록된 '물거미'를 연상시키는 단편이다. 자기자신을 포함한 SF작가들을 실명으로 등장시키는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가볍고 부담없이 즐길수있는 일종의 서비스상품과도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으로서 전체적으로 책을 산뜻하게 끝맺는 디저트의 역할을 해주고있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다. '사기꾼로봇'이 포함된 다음권을 기다리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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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이디 Q.E.D 9 - 증명종료
카토우 모토히로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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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소년탐정 김전일과 명탐정 코난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서 추리만화라는 사실만으로도 호감을 느꼈던 작품이었기에 호기심에 읽어보게 되었다. 라틴어약자로 표시되는 제목자체부터가 일단 어느정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는데 이 Q.E.D라는 단어는 주인공인 토마가 사건을 해결할때마다 내뱉는 단어로서 김전일의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라는 명대사와 같은 성격을 지니고있는 단어이기도하다. 개인적으로는 작품의 주인공인 천재탐정 토마에게 별다른 개성이나 매력을 느낄수없었다.

같은 추리만화로서 평소에는 엉뚱하고 실없는 개그캐릭터로 일관하다가 살인만 터졌다하면 명탐정의 피가 끓어오르는 타고난 탐정 김전일이나 그림이나 이야기구성자체가 아기자기하고 아동틱해서 전혀 부담을 느끼지않고 읽어줄수있는 코난과 달리 이 작품의 주인공인 토마에겐 나를 확 잡아끄는 결정적인 요소가 없었던것이다.

15살에 MIT를 졸업하고 평범한 학교생활을 하고싶어서 일본의 고등학교로 돌아왔다는 토마는 그야말로 너무나 전형적인 천재탐정이다. 그 어린나이에 이뤄놓은 엄청난 학벌과 천재적인 두뇌능력은 흡사 비슷한 나이에 의사가 된 천재소년 두기나 맥가이버를 연상시키며 또한 전방위적으로 박학다식하고 풍부한 지식을 자랑하는 그의 모습은 반다인의 파이로 번스를 연상시키기도한다.

김전일이 탐정으로서는 발군의 능력을 발휘함에도 불구하고 학생으로서는 형편없는 성적을 보여주는 모습에서 인간적인 매력이 물씬 풍겨나는데 비해서 어디까지나 감정을 배제하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만 움직이는 토마의 모습은 사고기계 반두젠을 연상시키기까지한다. 작품전체를 통해서 토마의 인간미와 휴머니즘이 은근히 암시되고 배경에 깔리기는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그 무감각하고 무정한 모습이 내게는 별로 탐탁치않게만 느껴진다.

내게는 주인공인 토마가 그저 머리만 비상하게 발달한 평범한(?) 천재탐정중의 하나일뿐 다른 천재탐정들과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특화된 매력이 없다는게 가장 큰 문제로 느껴진다. 그의 육체적인 행동을 대신해주는 조수격인 캐릭터로 등장하는 가나는 명랑발랄쾌활한 여고생으로서 토마와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양대산맥격인 여주인공이다. 김전일과 미유끼,코난과 란의 관계와 비슷한 관계를 보여주고있다.

이 작품은 아무래도 김전일과 코난과의 비교를 피할수가없는 작품일진대 개인적으로는 두 작품에 비해서 별다른 특성과 개성과 매력을 지니지못한 평범한 범작으로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캐릭터의 개성과 매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극중의 사건들은 김전일에 비해서는 상당히 얌전하고 건전한 편이지만 코난에 비해서는 상당히 현실적이고 정교하게 느껴진다.

다시말해서 뭔가 중간에 어중간하게 걸쳐진 어정쩡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추리만화로서 트릭이나 스토리전개나 내용자체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봐줄만하지만 툭하면 쏟아져나오는 수학공식들과 잡다한 지적편력들이 작품감상을 더욱 껄끄럽게 만들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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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십 트루퍼스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5
로버트 하인라인 지음, 강수백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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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읽어본 다섯권의 SF총서중에서 제일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이야기인데다가 그저 신나고 재미있는 모험활극으로만 읽혔던 <잃어버린 세계>나 그저 영화 '프리잭'과 많이 다르다는 점만 확인했을뿐인 <불사판매 주식회사>나 너무나도 읽기가 버거워서 재미를 느낄 겨를이 없었던 <신들의 사회>나 익히 홈즈나 뤼팽같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고 초인적인 명탐정의 모습에 익숙해져서인지 별다른 감흥을 느낄수없었던 <세르부르의 저주>보다는 훨씬 재미있게 읽을수있었던 작품이었다.

폴버호벤의 영화로도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라 영화와 원작소설을 비교하는 말들이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둘다 나름대로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영화대로 액션블록버스터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수작이었고 원작소설은 소설대로 재미있는 읽을거리로서 훌륭한 오락소설이라고 할수있다. 영화와 소설을 모두 재미있게 감상한 나로서는 영화나 소설이나 별로 흠잡고싶은곳이 눈에 띄지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가지 흥미로웠던건 과연 내가 군생활을 경험해보기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그 느낌과 감상이 지금과 얼마나 달라졌을까하는 점이었다. 내게 가장 인상깊었고 감명깊었던 점은 조니 리코의 성장담이나 그 유명한 강화장갑복이나 외계괴물과의 전투신이 아니라 작품을 전반적으로 지배하고있는 군바리예찬론이었기때문이다. 군바리라는 존재의 본질적인 속성과 군인정신의 본질은 시공을 초월해서 인간사회내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거의 동일한 양상을 띄게 된다는걸 이 작품을 통해서 확인할수 있었다.

극중에 묘사되는 군대생활이 어찌나 반갑고 살갑게 느껴지던지 나도 어쩔수없이 국가에 의해 세뇌된 한마리 예비역에 지나지않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 작품이 바로 이 책이기도하다. 개인적으로는 극중 작가가 뒤보아선생의 입을 빌려서 열심히 설파하는 군군주의적사고방식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고 설득력있게 들렸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난후의 전체적인 느낌이 미국판 배달의 기수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던것도 그래서였으리라.

이 책은 내게는 개인적으로 거의 완벽하게 입맛에 들어맞는 책이었다. 개념없는 부잣집귀한아들로 태어난 조니 리코가 입대후 군생활을 통해서 진정한 사나이로 성장한다는 스토리도 맘에 들었고 외계괴물과의 사투를 그린 긴박하고 박진감넘치는 전투신도 흥미진진했으며 무엇보다도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서 직설적으로 드러나고있는 그 투철한 군인정신의 발로가 내게는 정말 가슴깊은 동질감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맘에 와닿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만약 SF밀리터리소설을 쓴다면 바로 이런 작품이 나오지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딱히 SF팬이라거나 소설을 즐겨읽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별생각없이 부담없이 머리를 비우고 즐겁게 읽을수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로서의 유명세나 작가의 유명세나 작품자체의 재미등으로 생각해볼때 지금까지 나온 SF총서중에서 SF팬이 아닌 일반독자들에게는 가장 높은 호소력과 상품성을 지닌 책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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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고무신 36
도래미 글, 이우영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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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내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연재를 시작해서 예비군6년차가 된 지금까지도 연재되고있는 작품으로 단행본이 36권까지 나온걸 보면서 새삼 놀라움을 금할수없었던 작품이다. 국내만화주간지사상 최장기간 연재하고있다는 <검정 고무신>의 저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것일까? 일년을 채우지못하고 연재를 끝맺는 작품들도 부지기수인 이 치열한 주간만화잡지시장에서 무려 10년이 넘도록 꾸준히 인기를 끌며 연재할수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지 않을수가 없는 노릇이다.

사실 이 작품의 가장 큰 개성이자 특징이자 장점은 지난 시절에 대한 정감어린 향수를 자극하고있는 추억을 그리고있는 만화라는 점일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해가는 사회속에서 너무나도 자극적이고 현란한 만화들이 범람하고있는 이 시절에 너무나도 투박해보이고 단순해보이는 그림체와 아동틱한 캐릭터들이 오히려 신선한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

이 만화는 상당히 얌전하고 조신한 만화이다. 전혀 선정적이지 않고 전혀 폭력적이지 않으며 전혀 자극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소한 일상생활을 아기자기하게 펼쳐놓는 이야기를 들여보노라면 잔잔한 감동과 알콩달콩한 재미가 가슴속에 밀려오는걸 느낄수있다. 지난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는 40대이상의 중년층에게는 자신들의 유년시절을 돌이켜볼수있는 작품이고 20-30대의 젊은 독자들에게도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할수있는 작품이며 10대이하의 어린 독자들에게는 부모님세대의 어린시절,삼촌세대의 유년기를 들여다볼수있는 작품이 될것이다.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이라고 한다. 이 작품에 나타난 과거의 모습이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면에서는 그시대를 직접 겪었던 세대들에게 더더욱 깊은 감명을 주긴 하겠지만 비록 그 시대를 직접 살아보진 못했을지라도 이 만화를 읽는 독자들은 대부분 가슴 한켠에 밀려오는 아릿한 동경과 향수를 느낄수있을것이다. 추억이란 그 구체적인 심상은 각개인마다 세대마다 다르겠지만 그 본질적인 속성은 누구에게나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누구에게나 추억은 아름답게만 채색되어 남겨지기 마련이며 유년시절의 기억은 소중하게만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작품이 그토록 오랫동안이나 꾸준히 사랑받으며 살아남을수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인간심리의 밑바닥에 깔린 그 공통된 추억의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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