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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나도 그 2800만명중의 한 명이고 싶었다.

그래서 그 잡지를 사보곤 했었다.

그 잡지는 다름아닌 리더스 다이제스트이다.

이 잡지를 처음 보게된건 10년도 더 된 일인데 아마도 중학생때가 아니었나싶다.

방학때 외갓집에 놀러가서 방에서 빈둥거리다가 우연히 방구석에 처박혀있던

<리더스 다이제스트>라는 잡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때까지 알고있던 잡지라는게

<소년중앙>이나 <어깨동무>같은 어린이잡지 내지는 만화잡지들과

여성잡지,시사잡지,성인잡지등이 전부였던 나로서는 전세계인이 함께보는

교양지라는 표지문구와 함께 버터냄새듬뿍나는 너무나 서양틱한 이 미제잡지가

상당히 생소하고 참신한 느낌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일찌기 그 어느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서양특유의 그림체와 기사구성방식과

내용으로 꾸며진 이 양키냄새 듬뿍나는 잡지를 다시 접하게 된 건 대학에

갓 들어온 대학새내기 시절이었다.

문득 서점에 갔다가 예전에 외갓집에서 봤던 그 잡지가 진열되어 있는걸

발견하게 되었고 "세계 최대의 교양잡지 17개언어로 매달 2800만부 이상 판매"라는

선전문구에 혹해서 덥석 사버렸던 것이다.

맘속으로는 '나도 이제 대학생이고 하니까 이런 교양잡지를 봐줘야한다.'는

어설픈 자의식과 함께 '나도 전세계의 2800만명의 교양인중 한 명이 되는구나.'라는

유치한 자부심이 이 잡지의 구매욕을 충동질했고 결국 그렇게 시작해서

약 1년동안 이 잡지를 꾸준히 구독했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1922년에 창간된 미국잡지로서 월간지이며 판형이 매우작은 편이다.

이 잡지의 기사들은 상당히 독특하고 개성적인데 일반적으로 일상생활을 다룬

평범한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들이 수필형식으로 혹은 꽁트형식으로 잔잔히

기술되는 기사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그밖에 각종 정치/경제/사회문화/과학/

인문/예술등 온갖 주제와 소재를 다루는 기사들이 골고루 실려있다.

그러나 이러한 어느 특정분야를 다루는 기사들도 일반인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부담없이 읽을수 있도록 평이하게 작성되어있으며 다른 전문잡지들처럼

전문지식이 없이는 읽기가 불편한 그런 글은 싣지 않고있다.

그리고 이 잡지는 특히 인간적이고 따뜻한 정이 넘치는 휴머니티를 기본뼈대로

하고있는데 이러한 휴머니즘적인 경향이 잡지전체를 관통하고있으며

그로인해 이 잡지에서는 전체적으로 사람사는 인간적인 냄새가 배어나온다.

굳이 성격이 비슷한 국내잡지를 얘기하자면 <좋은생각>에 비견될수 있을까.

각 기사말미에는 짤막한 유머를 달고있는데 요즘 인터넷을 비롯해서 사회전반적으로

유행하는 경박한 말장난류의 유머가 아니라 삶속에서 배어나오는 생활속의

잔잔하고 가슴 따뜻한 유머들로 구성되어 있어 잔잔한 미소를 유발하는 그런

정감어린 유머가 주종을 이룬다.

고정적으로 편성된 고정란들도 꽤 유익하고 재미있는 읽을거리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퀴즈형식으로 순우리말을 공부할수 있는 "당신의 우리말실력은?",

역경과 고난에 처한 상황에서의 인간의 의지와 인간승리를 보여주는 "생활속의 드라마",

영어공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영한대역"코너, 군생활이라는게 어디나 다 비슷하다는

걸 알게 해준 "병영은 즐거워"와 같은 유머코너들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개인적으로 크기도 작고 가격부담도 별로 없으며 기사들이 읽기에 부담이 없어서

가볍고 편하게 한 번 읽어보기에 별 부담이 없는 좋은 잡지라고 생각한다.

비록 살다보니 본의아니게 읽지않게된지 오래된 잡지이지만 여건이 되면

정기구독을 하고싶은 잡지이기도 하다.

비록 국내뿐만 아니라 세상사람들, 특히 미국의 보통사람들의 진솔하고 평범한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엿보고싶은 사람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고싶다.

한마디로 이 잡지의 성격을 규정짓자면 "인간적인 잡지"라고 얘기하고싶다.



p.s 사실 오늘 쓴 글은 제가 대학1학년일때 이 잡지를 정기적으로 구독하던 시절의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쓴 글이라 지금의 모습은 잘 모르겠군요.

기본적인 성격은 변함이 없을거라 생각하지만 세세한 면으로는 바뀐점도

꽤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서점에 갈 일이 있으면 잡지코너에서 한 번 찾아보시고 한 번 훑어보시길.

사견이지만 꽤 볼만한 잡지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written by
제목인 "Reader's Digest"가 정확히 무슨뜻인지 아직도 궁금한
parola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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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읽었던 책이 바로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현대문장의 이해"라는 교양과목을 들었었는데 그 수업내용중에 <풍금이 있던 자리>를

읽고 토론하고 독후감을 쓰는 부분이 있었다.

별 생각없이 읽기 시작한 소설이었지만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깊은 감명과 인상을

받게된 작품이었다.

이 소설은 서간체의 형식으로 되어있으며 주인공이 자신의 애인에게 보내는 편지의

내용으로 소설이 구성되는데 이러한 서간체의 소설은 예전에 읽었던

<키다리 아저씨>와 최서해의 <탈출기>이후 처음이었으며 그러한 낯선 문체가

상당히 신선하고 참신한 느낌을 주었으며 더더욱 재미를 배가시켜준 요소였던것같다.

주인공은 시골출신의 처녀인데 이미 가정이 있는 유부남을 사랑하게 되고

시골로 내려와 고민하면서 그 유부남에게 보내는 편지가 소설의 내용이 된다.

그다지 현학적이거나 난해하지 않고 독자를 자연스럽게 글속으로 끌어들이는

작가의 글솜씨도 훌륭했고 잔잔하면서도 재미있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글에 몰입하게 만드는 그 구성력이나 스토리전개도 참 일품이었다고 할 수 있다.

소설은 주인공의 편지속 얘기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진행된다.

어린시절의 새엄마에 대한 기억들과 과거의 추억에 얽매여 현실의

사랑에 고통받고 고민하는 주인공의 고뇌에 찬 목소리가 편지를 통해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그 심경을 전달하고 있다.

특히 내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매료되었던건 주인공의 새엄마가 해주는

요리에 대한 묘사부분이었다.

몽올몽올 계란을 풀어서 만든 계란지단하며 색색깔로 멋을 내고

한껏 꾸민 음식들에 대한 묘사부분이 너무나 맛깔스럽게 읽혀졌으며

음식을 만드는 모습들에 대한

그 시각과 청각과 후각과 미각이 한데 어우러진 공감각적인 이미지들이

전신을 휩싸며 침을 꼴깍 넘어가게 만들었는데 정말 글을 읽으며 그렇게 입맛을

다셔보기는, 그리고 그러한 공감각적인 행복감을 느껴보기는 그때가 처음이었지

않나싶다.

굳이 이 소설의 줄거리와 결말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할 필요성을 못느낀다.

어차피 읽어보신 분들은 내용을 다 알고있을테고 아직 읽어보지 못한 분들에게는

괜히 김빼는 소리가 될테니까.

아무튼 대학신입생시절 읽었던 이 책은 신경숙이라는 작가를 처음으로 알게해준

소설이었고 무엇보다도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라 추천하고픈 책이다.

제목이 왜 <풍금이 있던 자리>인지 그리고 과연 풍금이 뭘 의미하는지는

이 책을 읽어보고나서 각자 생각해보도록 하시길.


WRITTEN BY PAROLA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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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은 언제나 가까운곳에 있다.
 두 남매의 환타지모험활극유랑희곡 - 파랑새 >

 

내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한창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문고판시리즈물이

대유행이었는데 우리 부모님도 시대의 조류에 따라서 내게 120권짜리 계몽사어린이문고를

사줘서 재미있게 읽었었다.

지금 내가 알고있는 모든 지식은 다 이 계몽사어린이문고에서 배웠다고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정말 나는 이 문고시리즈에서 많은 지식과 감동을 얻었고 책을 읽는 습관과 새로운 지식에

대한 탐지증의 정열도 이 문고시리즈에서 얻었다고 할 수 있으니 참으로 내게는 아주 소중한

추억의 보물이요 귀중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불행히도 지금은 채 반도 남지 않은데다가 그나마 누렇게 바래고 너덜너덜해진 책들을

보며 참으로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책이 절판되었는지(하긴 이 책이 나온게 1981년인가 83년인가였으니까) 계몽사홈페이지에서도

찾을수 없는 걸 보면 이젠 다시 이 책을 보기가 매우 힘들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계몽사어린이문고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자세히 얘기하기로 하고 오늘의 주제에 대해서

얘기해봐야겠다.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인 <파랑새>는 벨기에의 극작가 마테를링크의 어린이용 희곡이다.

<파랑새>를 그냥 영화나 만화나 기타 다른 매체로 먼저 접한 사람들은 대부분 <파랑새>의

원작이 희곡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상당히 많이 있다.

나같아도 만화나 영화로 먼저 접했었다면 <파랑새>가 아마 그냥 소설이거나 아니면

구전동화같은정도로 인식했을것이 확실하니 말이다.

어린이용 동화나 소설에 어느정도 익숙해져있던 나였지만 당시 국민학교저학년이었던

나에게 희곡형식의 글은 상당히 생소했고 신기하게 다가왔다.

사실 <파랑새>를 읽기전까지만 해도 다른곳에서 희곡형태의 글을 읽어본 적이 없었으며

희곡이라는 장르자체에 대해서도 아예 몰랐었던 때였으니 말이다.

이책도 상당히 오래전에 읽은 작품이라 잘 기억은 안 나지만 힘닿는데까지 한 번

추억을 되살려보기로 한다.

주인공은 치르치르와 미치르남매인데 (이 책이 80년대초반에 출판된 책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당시의 서양책의 출판경로는 우선 일본에서 일본어로 번역된 책을 가지고

다시 한글로 번역해서 출판하는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니까 원어를 직접 우리말로 번역한게 아니라 이미 일어로 번역된 책을 가지고 다시

한글로 번역을 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이게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인것이

이미 일본에서 한 번 번역되는 과정에서 일본인역자의 의식이나 사상이나 스타일이

어쩔수없이 반영되게 마련인데 이렇게 번역된 작품을 다시 한글로 번역하자니

원문의 원작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즉 원작이 상당히 많이 훼손되고 오역되는 일이

많았던것이다.

게다가 알게 모르게 일본어판에서는 일본문화의 영향도 묻어나오게 되는건 어쩔수 없는 일일테고.

이 작품의 주인공 남매의 이름인 치르치르와 미치르의 경우도 일본판에 사용된 이름을

그대로 한글로 옮긴 것이라고 하는데 원어로는 틸틸과 미틸이라는 발음에 가깝다고 한다.

나도 정확히 원어로 된 원작을 읽어본것은 아니라 단언할수는 없지만 왜 일본사람들의

외국어발음이 우리가 듣기에 얼마나 우습고 어처구니가 없는것인지는 다 아는 사실이 아니던가.

어린시절에 읽었던 sf소설중에 외계에서 온 암석이야기가 있었는데 이 암석은 주변의

에너지를 전부 빨아들여서 점점 덩치가 커지는 녀석이었다.

당시의 그 책에는 에너지가 에네르기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아시다시피 energy를 일본식으로 읽으면 에네르기로 발음이 된다.

드래곤볼의 저 유명한 에네르기파도 알고보면 energy파가 아니었던가.

그것도 모르고 에네르기라는 단어가 웬지 멋있고 뭔가 있어보였었는데 알고보니 에너지를

일본식으로 발음한것뿐이라는 걸 알고 정말 허탈해했었던 기억이 난다.

얘기가 너무 오랫동안 궤도이탈을 해버렸네.

다시 궤도수정을 해서 정상궤도로 들어가도록 하자.)

전체적인 이야기는 두 남매가 꿈속에서 과거,현재,미래를 오가며 진정한 행복을 찾아

모험을 펼치는 하룻밤사이의 일을 다루고 있으며 상당히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나간다.

두 남매는 꿈속에서 행복의 상징인 파랑새를 찾아 애완동물인 개와 고양이와 함께

길을 떠나게 되는데 충직하고 성실한 개는 남매들을 끝까지 보호하며 힘이 되어주지만

영악하고 교활한 고양이는 겉으로는 주인을 위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표리부동한 기회주의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누구나가 다 알다시피 결국 남매는 집에서 파랑새를 찾게되고 행복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으며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교훈과 함께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게된다.

어린 시절에 읽어서 더 그랬겠지만 이 신나는 환타지모험활극은 정말 너무나 재미있었던

작품으로 내 기억속에 강렬히 남아있다.

내가 읽은 희곡중에서 감히 가장 재미있었고 가장 감동적인 작품이었다고 단정할수 있다.

(사실 내가 읽은 희곡이 거의 없다. 교과서에 실린 몇 편 정도나 읽어봤을까.)

여동생을 지키려는 치르치르의 용감한 활약상이나 주인을 위해 몸을 바쳐 충성하는

개의 용맹성, 그리고 그러한 개와 대비되어 더더욱 얄밉고 치사해보이는 영악한 고양이등의

주연을 비롯해서 톡톡튀는 개성과 매력을 나타내는 각종 조연급캐릭터들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뱃살을 떼어내주는(말그대로 자신의 뱃살을 칼로 썰어준다.) 마음좋은 빵아저씨나

손가락을 꺾어주는 명랑한 막대사탕아저씨등 선한 캐릭터를 비롯해서

인간에게 증오심을 품고있는 거칠고 터프한 숲속의 나무들이나 무시무시한 밤의 여왕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캐릭터부터 낫을 들고 시간을 관리하는 천상계의 아저씨까지

참으로 만화적이고 환상적인 캐릭터들이 대거등장하여 읽는이를 즐겁게 해준다.

나는 이런류의 작품들을 매우 좋아하는데 19세기에서 20세기초에 걸쳐서 나왔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곰푸우>, <돌리틀선생님항해기>,<메어리포핀즈>,

<오즈의 마법사>,<치티치티빵빵>같은 꿈과 모험이 가득한 환타지물을 매우 좋아한다.

이 작품도 그러한 내가 좋아하는 환타지물의 하나로서 아직 읽어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꼭 읽어보라고 강력추천하고싶은 작품이다.

그리고 내가 나중에 교육부장관이 된다면 이 작품을 교과서에 꼭 집어넣고야 말겠다는

다짐도 하곤한다.

당신도 어린시절의 꿈을 회상하면서 오늘밤 꿈나라에서 파랑새를 찾아 신나는 모험을

한 번 떠나보느건 어떨지?

그런데 내 인생의 파랑새는 과연 어디에 있는걸까?

 

written by 파랑새를 찾아 헤매이고있는 parola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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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TY CHITTY BANG BANG

[ 바로 이거야 !  나는 이런 차를 타고싶다구.]


우선 지은이를 알아보자.
지은이는 007시리즈로 너무도 유명한 영국의 스파이소설가인
이언 플레밍(1908-1964)이다.
주인공을 바꿔가며 꾸준히 시리즈를 양산하고 있는 그 유명한
007시리즈의 오프닝화면에서 원작자로 나오고 있는 그 사람이 바로
이 소설을 지은 장본인이란 얘기다.
일단 치티치티빵빵에 대한 이해를 돕고 기초적인 배경지식을 얻기위해
이 책의 서두에 실린 소개글의 전문을 인용한다.


<이 이야기는 1920년에 즈브로우스키 백작이 영국 캔터베리 교외에 있는
그의 소유지에서 만든 원래의 '치티치티빵빵'을 기념하여 쓰여진 것입니다.
'치티치티빵빵'은 제1차 세계대전이전의 구형으로
뒷차축의 톱니바퀴에 체인을 걸어 움직이게 되어 있었습니다.
메르세데스 차체위에 75마력의 6기통 메이바하 공랭식 엔진을 장비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도이칠란트에서 쩨펠린 비행선에 사용하던 군용 엔진이었습니다.
각 실린더에 달린 4개의 수직 오우버 헤드 밸브는 겉으로 드러난 막대와 크랭크케이스
양쪽에 달린 캠샤프트에 연결된 로커에 의하여 움직입니다.
그리고 2개의 제니드 카아뷰레터가 길다란 흡입관의 끝에 하나씩 달려 있읍니다.
'치티치티빵빵'의 차체는 회색 강철로 되어 있는데, 길이가 2.5M, 무게가 5톤이
넘습니다.
그리고 엔진 뚜껑은 번쩍번쩍하도록 닦여 있읍니다.
'치티치티빵빵'은 1921년에 브루우클랜즈에서 열렸던 시속 100마일(160킬로미터)내기
경주에서 시속 101마일을 내어 우승하였고, 1922년에 역시 브루우클랜즈에서 우승하였읍니다.
그러나, 그 해에 '치티치티빵빵'은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래서 즈보로우스키 백작은 이 차를 다시는 경기에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 '치티치티빵빵'이 사고를 당했다는 것은 솔직하지 못한 표현입니다.
 이 때 '치티치티빵빵'은 무엇때문인지 몹시 화가 나서, 운전을 하고있는
 백작에게 울화통을 터뜨리며 제멋대로 마구 달아난 것뿐입니다.>

 


이것이 이 책의 서두에 적혀있는 치티치티빵빵(Chitty Chitty Bang Bang)의
프로필이다.
이 말에 따르자면 치티치티빵빵이라는 녀석이 실존했었다는 얘기가 되는데,
더군다나 마지막 문구를 보자면 이 녀석이 자동차인 주제에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이 되는데 내가 뭐 확인해본적도 없고 확인해보기도
쉽지 않으니 일단 그렇다고 치고 얘기를 계속하도록 하자.

이 소설은 아주 전형적이고 간단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어린이에게
꿈과 모험심을 심어주는 소설로서 코믹한 요소를 가미한 액션활극환타지동화라고
할 수 있다.

간단한 기본줄거리를 알아보자.
뭐 너무나 상투적이고 흔해빠진 줄거리인데다 인과응보,고진감래,사필귀정에
해피엔딩까지 우리나라고전소설의 4대요소는 다 갖추고 있는 작품이니
결말까지 다 얘기해도 무방하리라 믿고 풀스토리를 공개하도록 하겠다.
주인공은 영국의 4인가족들이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치티치티빵빵 자체라고 해야겠지만.

영국의 예비역해군중령이자 발명가이자 모험가인 포트와 그의 아내 밈지여사,
그리고 그들의 자녀인 제레미와 제미마라는 쌍동이 남매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포트중령은 바퀴벌레같이 천편일률적인 자동차가 아닌 뭔가 개성있고 특별한 자동차를
구하러 돌아다니다가 어느 허름한 자동차수리공장에서 폐차직전의 치티치티빵빵을
발견하고 그 녀석을 구제해준다.
한 마디로 생명의 은인이 된 셈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창고에서 그 차를 수리하고 개조해서 말끔한 새차로
대변신을 시킨후 가족들과 함께 피크닉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그들의 신나는 모험이 펼쳐지게된다.


치티치티빵빵은 한 마디로 영혼을 가지고 있는 차라고 할 수 있는데
계기판의 깜박이를 이용해 운전사에게 의사표시를 하기도 하고
위급상황시에는 스스로 알아서 행동하기도 한다.
뭐 간단히 말하자면 전격z작전에 나왔던 킷트의 벙어리버전이라고나 할까.
비록 음성으로 말을 하진 못하지만, 그리고 깜박이를 통해서도 간단한
단어밖에는 표현하지 못하지만 이 차는 분명히 감정을 가지고있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으며 때로는 자기맘대로 행동하기도 하는것이다.

포트가족들은 피크닉을 떠났다가 영국해협을 건너 프랑스로 건너가고
세계적인 도둑인 일명 괴물 조오라 불리는 악당의 무기고를 폭파하고
조오일당에게서 도망쳐나오지만 제레미와 제미마남매가 납치를
당하고 결국에는 포트가족과 치티치티빵빵의 용감한 활약으로 조오일당을
일망타진하고 행복한 결말을 맺게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그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치티치티빵빵이
모험을 더 하고싶다는 아이들의 말을 듣고 자기 멋대로 방향을 돌려
움직이면서 이 소설은 끝을 맺는다.
결말부분이 뭔가 속편을 기대하게 만드는듯한 미완결의 구조로 끝을 맺긴
했는데 뭐 속편이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치티치티빵빵은 차바퀴의 흙받이를 펼쳐서 날개로 삼아 날아갈수도 있고
물위에서는 바퀴가 옆으로 펴져 돌면서 보트처럼 달릴수있다.
한마디로 육해공전천후만능다용탈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에야 너무나 흔한 개념이고 그리고 아직 실용화는 안됐어도
그런 탈것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 소설이 쓰여진
시기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현실성은 약하지만 치티치티빵빵이라는 캐릭터의
매력도나 이미지를 높이고 소설에 환상적이고 아동틱한 분위기를 위해서
그렇게 만능자동차의 이미지로 만들었던게 아닌가 짐작된다.

이 소설은 예전에 어린이 최고의 인기프로였던 "모여라 꿈동산"에서도
한 번 극화되어 방영된 적이 있었다.
"치-치-치티치티빵빵 마술걸린 자동차, 자동차 !
치티치티빵빵 바람을 가르고 세상을 달린다."
뭐 이런 가사의 주제가도 한때 유행했었는데 이 노래를 기억하는 사람이
한반도에 얼마나 잔존해있을런지.

초등학교시절 읽었던 책을 다시 읽어보니 어찌나 감회가 새롭고 그 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나는지 모른다.
그 당시의 번역문체나 번역수준, 그리고 외래어 및 외국어표기법도 지금 다시보니
어찌 그렇게 촌티가 나고 허름한 티가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겹게 느껴지던지.
개인적으로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그야말로 유쾌하고 재미있고 기분좋게 읽을수 있는 한 통의 청량음료캔같은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때론 유치하고 상투적이고, 별 복잡한 생각없이 마냥 즐겁게 책을 읽고싶을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아직까지 출판이 되고있는지는 모르겠다.

언젠가는 나도 치티치티빵빵같은 차를 타고 하늘을 날고 물위를 달리며
신나는 모험을 해봐야겠다는 꿈을 꾸며 이 글을 맺는다.

아 이 차의 이름인 치티치티빵빵은 포트가족이 처음으로 차의 시동을 걸었을때
배기관에서 치티-치티-빵-빵이라는 소리가 나서 그런 이름을 지었다고 하는군요.
웬지 촌스럽고 아크로바틱하면서 그로테스크한 면도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정겹고
다정하고 재미있고 어감좋고 특이하면서 유쾌하면서도 자꾸 부르다보면 정이가는
그런 이름같지 않습니까?

written by dreaming boy parola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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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당무.

머리칼이 홍당무처럼 붉다고 해서 붙여진 주인공의 별명이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끝까지 주인공의 본명이 나오지 않는다.

그는 그저 홍당무일뿐이다.



이 작품은 홍당무라 불리는 한 소년의 성장소설이다.

청소년기의 성장을 다룬 같은 성장소설이기는 하지만

<허클베리핀>이나 <톰소여의 모험>과 같이 모험을

통해 성장해가는 꿈많고 순수한 개구쟁이들의 낭만적이고

활력있는 성장소설과는 분위기가 상당히 틀리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소설중의 하나이기도 하며

또한 <조디와 아기사슴>과 함께 최고의 성장소설중

하나라고 단정짓는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의 주인공 홍당무는 프랑스의 평범한(?) 가정의 막내이다.

그의 가족을 살펴보면 무뚝뚝하고 과묵한 아버지,

신경질적이고 잔소리가 많으며 장남은 더 할

나위없이 끔찍하게 아끼지만 막내인 홍당무는

항상 무시하고 괄시하는 어머니,

상냥하고 친절하며 마음착한 누나(이름이 나오긴 하는데 기억이.......?),

집안의 보물단지와 같이 마냥 귀하게만 자라서

어려운걸 모르는, 게다가 막내인 홍당무를 깔보고

짖궃은 장난을 잘 치는 장남인 펠릭스가 있다.

이 소설은 이렇게 집안에서 구박받고 괄시받고

잔심부름및 힘든 뒷치닥거리는 도맡아하는

감수성예민하고 소심한 홍당무의 성장과정을

각 에피소드단위로 구성해나가고 있다.

홍당무는 집안이 영 맘에 들지가 않는다.

그는 어머니가 정해주는 식성에 따라 식사를

해야하며 (그의 어머니가 홍당무는 수박을

싫어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홍당무는 가족들과

같이 수박을 먹지 못한다.

가족들이 먹다남긴 수박껍질을 토끼장에

버리러 가서 토끼장에서 토끼들과 같이

수박껍질에 그나마 먹다남은 부분을 갉아먹어야한다.

그의 어머니는 홍당무에게 수박을 싫어하냐고

물어본적도 없다.

그저 자기가 홍당무의 식성까지 맘대로 결정해

버리는것이다.

그리고 홍당무가 이에 이의를 제기한다면

그건 곧 불효막심한 아들의 이유없는 반항이요

하극상으로 받아들여질뿐이다.)

머리가 푹 패여 피투성이가 된 상황에서도

가족들의 무관심에 익숙해져있으며

(홍당무와 팰릭스가 같이 밭일을 하는데

홍당무에게는 나무곡괭이를 팰릭스에게는

쇠곡괭이를 주고 일을 시킨다.

그리고 팰릭스가 잘못 휘두른 곡괭이에

홍당무가 머리를 맞아 머리가 깨져나가도

어머니와 그의 누나는 홍당무의 머리에서

튄 피에 놀라 기절한 펠릭스를 치료하느라

호들갑을 떨 뿐 홍당무에게는 그저 조심성이

없다고 핀잔을 주며 머리싸맬헝겊이나

한 조각 던져줄 뿐이다.)

교회에 갈때마다 아무리 포마드기름을

쳐발라도 금세 뻣뻣하게 풀어헤쳐지는

수세미같은 머리털과 주근깨때문에

홍당무라 불리며 더더욱 구박을 받는 그런 삶을 살고있다.



각 에피소드마다 홍당무의 사춘기소년으로서의

예민한 감수성과 순수함,장난기 , 그리고 소년기의

심리상태를 아주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을 더욱 맛깔나게 해주는건

작품에 삽입된 삽화인데 그야말로 작품에 딱 어울리는

천생연분의 궁합을 자랑하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홍당무는 냉소적이고 현실에 불만이 많기는 하지만

결코 비뚤어지거나 절망하지는 않는다.

그는 그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감당해나가며

조금씩 갈등을 극복해나가며 서서히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의 아버지와의 대화장면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너무나 무뚝뚝하고 감정을 표현할 줄 모르는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의외로 자신과 통하는 공감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홍당무.

비로소 아버지의 속마음을 알게된 홍당무는 기뻐서

소리치며 뛰어간다.

이 작품이 아직까지 내 기억속에 그토록 인상깊게

각인되어 있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저 어느 재수없는 불쌍한 소년의 성장기일뿐인데.

그건 아마도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유년시절에 대한

아련한 동경과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이어서가 아닐까.


WRITTEN BY 오늘도 어딘가에서 구박받고 있을

홍당무를 위로하고픈 PAROLA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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