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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가 무슨 말을 ㅣ 필립 K. 딕의 SF걸작선 2
필립 K. 딕 지음, 유영일 옮김 / 집사재 / 2002년 6월
평점 :
품절
워낙에 필립 K.딕의 이름이 유명하기에 그 이름만 믿고 구입했던 책이다. 어차피 출간된지 1년만 지나도 시중에서 구하기가 힘들어지는 책이 SF소설들인지라 품절과 절판딱지가 붙기전에 일단 무조건 구하고 보자는 생각도 이 책을 구입하는데 한몫 거들긴 했지만. 이 책을 읽은 많은 독자들이 번역문제를 문제삼고있는데 나역시도 이 책의 번역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원래 번역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않고 읽어넘기는 무덤덤한 성격이지만 그러한 나의 둔한 눈에도 상당히 껄끄럽게 거슬리는 문장들이 종종 눈에 띄었으니 말이다. 그 문제만 제외하면 상당히 만족하며 읽었던 책이었다.
'아무도 못말리는 M'과 '죽은자가 무슨 말을'은 사실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못했고 지루한 느낌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예전엔 이런류의 작품을 읽을때는 작품속에 담겨진 작가의 심오한 사상과 암시와 주장과 메세지를 어떻게든 포착해내고자 몸부림을 치며 골머리를 앓았었지만 이제는 그냥 맘편히 순수한 읽는재미만을 추구하며 책을 읽고있는데 이 두 작품은 별다른 재미를 느낄수없었다. 그냥 암울한 디스토피아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구나하는 정도의 느낌을 받았을뿐.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는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는데 영화 토탈리콜의 원작으로도 널리 알려져있는 이 작품은 작가의 유머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흡사 오헨리의 작품을 읽는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두번째 변종'은 두말할나위없이 이 단편집 최고의 걸작이자 필립 K.딕 최고의 단편중의 하나이며 개인적으로도 중단편SF소설중에서 '사기꾼로봇', '샌드킹'과 함께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처음 읽었을때 느꼈던 그 섬뜩한 공포감과 경외감은 아마 앞으로 다시 느끼기 어려울것이다. 이건 처음 읽었을때에는 생각지못했던 일이었는데 이번에 다시 읽다보니까 극중 곰인형을 들고 다니는 데이빗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머릿속에 AI의 주인공과 슈퍼테디베어가 떠올랐다. 그야말로 작품속에 묘사된 데이빗의 모습을 영상으로 옮기면 딱 AI의 주인공모습일거라는 확신에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매혹적인 시장'은 상당히 많이 접해본 설정이라서 새롭다거나 기발하다는 느낌은 받지못했지만 나름대로 읽을만한 작품이었다. 마지막으로 '오르페우스의 실수'는 작가의 재기발랄한 유머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단편집1권에 수록된 '물거미'를 연상시키는 단편이다. 자기자신을 포함한 SF작가들을 실명으로 등장시키는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가볍고 부담없이 즐길수있는 일종의 서비스상품과도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으로서 전체적으로 책을 산뜻하게 끝맺는 디저트의 역할을 해주고있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다. '사기꾼로봇'이 포함된 다음권을 기다리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