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교실 밖에서 자란다 - 십대를 위한 십대들의 여행 공부
심규석 지음 / 비비투(VIVI2)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부산지하철에는 4,000원이면 하루 종일 다닐 수 있는 패스가 있다.”

 

부산을 삼십 년 가까이 살아온 나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진짜 인가 싶어 검색해보니 사실이었고, 2019년 현재 5,000원으로 인상되어 있었다. 문득 앎은 지내온 시간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각성이 일어난다.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학습의 대상이지만, 무관심하게 지내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이 무의일 수도 있다. 어쩌면 삶은 타자의 시선으로 일상을 바라본 낯설게 하기의 과정을 통해 성숙하는 지도 모른다. 여행은 궁극적으로 자기로의 여행의 아닌가. 여행이란 말이 가능한 것은 돌아갈 집이 있기 때문이다. 만야 돌아갈 집이 없다면 방랑일 뿐이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단순한 여행 가이드 정도로만 생각하다 마지막 장을 향해 나아갈수록 그동안 알고 지낸 여행과는 차별화되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저자가 여행 교육자의 길을 시작한 계기는 가르침에 대한 열정이었다. 충남 부여 정림사지에 들렀을 때, 10여 명의 학생들과 선생님 한 분이 조를 이루어 활동을 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정림사지 석탑에 대해 진지하게 설명했고, 학생들은 듣고 질문하면서 열심히 필기하고 있었다. 저자는 공부가 사각형 건물 안에 갇혀 문자로만 배우는 것보다 여행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른다. 그렇게 하여 여행 교육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밝혔지만 유럽의 학생들은 고3이 되어서도 자신들끼리만 배낭여행을 쉽게 떠난다고 한다. 우리나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다. 그들은 여행을 통해 몸으로 확장된 여행을 학 있는 셈이다.

 

몸과 마음, 생각을 확장하는 최적의 방법은 여행이다. 그래서 여행은 좋은 스승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몸으로 체험하면서 더욱 확장된 사고력을 갖게 하는 통로가 여행인 것이다.”(20)

 

 

불편한 여행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는 말은 오래되었지만 언제나 새로운 명언이다. 엔진 없이 오직 자연의 바람만을 이용해 여행한 김승진씨가 한 말이다.(25) 김승진씨는 불편한 여행을 추천한다. 불편한 여행이란 저가의 여행이 아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을 즐기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패키기로 관광에 익숙해져 있다. 그런 관광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진정한 여행과는 질적인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여행은 피상적 봄과 방문이 아니다. 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생각할 때 여행은 가치를 지니게 된다. 불편한 여행이란 바로 몸으로 하는 여행이라할 수 있다.

 

부모님과 함께 다니는 국내여행이나 해외여행에서는 만나는 사람이 극히 제한적이다. 그렇지만 배낭여행을 하다보면 마을 얘기를 들려주는 할머니를 만나기도 하고, 친절을 베풀어주는 일본 현지인, 그리고 음식이 맛있고 저렴한데 친절하기까지 한 시장 아주머니를 만날 수 있다.”(27)


 

가이드하는 선생님도 없고, 부모님도 없이 오직 중학생들끼리 자신이 살던 도시를 떠나 먼 지역까지 함께 여행한다. 분명 보호에 익숙한 한국의 사춘기 학생들에게는 두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여행을 통해 그들은 세상을 배우고,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배운다. 요즘의 아들이는 부모와 친밀하게 지내는 친구 외에는 소통을 하지 않는다. 낯선 아이들과 여행하는 것도 힘들지만, 같은 숙소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것은 모험이다. 부모를 의지하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들어 성인이 된 청년들도 부모를 떠나지 않고 지내는 캥거리족이 늘어나고 있다. 불편한 여행은 이러한 모든 것을 감수하고 함께배우는 시간이다.

 

아이들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자율성이 독립적이지 못하게 한다. 아이들이 해야할 역할을 부모님이 대신하는 것이다. 숙제도 대신 하고, 봉사도 대신하고, 심지어 대학생 수강 신청도 대신한다는 부모님이 있었다. 부모님이 아이에게 관심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스스로 하는 법을 깨우치면서 성장한다. 그 속도가 늦더라고 꿈꾸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하며 기다려야 한다.”(49)

 

스마트폰을 비롯한 현대기기의 발달은 삶을 편리하게 하지만 풍요롭게 하지는 못한다. 행복은 편리함이 아닌 불편함을 통해 배우는 경험에서 나온다. 이 책은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공유와 연대, ‘함께가 주는 진정한 앎을 가르쳐 준다. 여행을 위한 준비에서 과정, 실제 여행 후기까지 많은 정보가 가득하다. 가족여행이나 청소년을 중심으로 배낭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다. Part3에서는 부모님 없이 자신들만의 여행을 담고 있다. 무박 3일 여행 테마는 호기심을 자극했다. 런닝맨을 연상시키는 미션수행 과제는 아이들로 하여금 여행에 흥미를 북돋아 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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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9-06-03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하철만이 아니라 기차와 버스역시 10만원 내외의 돈을 내면 한 일주일정도 전국의 모든 고속버스와 열차를 이용할수 있는 패스권이 있다고 하네요^^
 

그동안 난 뭐했지? 아니 뭘 했느냐가 아니라 왜 몰라지?라고 물으면 더 정확할 것 같다. 우연히 접하게 된 방탄소년단. 이름이야 몇 년 전부터 들어 알았지만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정말 우연히 유투브 방송에서 추천이 떠서 궁금해서 클릭하면서 신세계를 발견하고 말았다. 모두 90년대 출생. 그리고 7명, 거참....... 이들의 행보는 어디까지 이어질지? 









어쨌든 방탄소년단을 연구하는 책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심지어 융까지.. 그러나 융도 BTS 그늘에 있다니.. 거참...

잘생겨, 착해, 그리고 실력까지... 수십 조원의 수출 효과가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타짐지...엔터테임먼트... 이제 BTS를 말하지 않고는 흥미가 없어 보인다. 잘 한다... 잘한다... 계속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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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보컴의 신간이 번역되어 나왔다. 얼마 전 이레서원에서 <삼위일체>가 나왔을 때 보컴인줄 전혀 몰랐다. 한참 지나서야 저자의 이름을 다시 읽고 깜짝 놀랐다. 제2성전기 문헌을 살피면서 보컴의 <예수와 그 목격자들>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역시 탁월하다. 

















요한복음 새롭게 읽기도 좋다. 요한 복음에 나타난 다양한 주제를 정리해 놓았다. 그런데 2016년 바이에서 <예수>라는 책이 보컴의 책이라는 사실은 오늘 검색하며 처음 알았다. 아.. 구입해 두어야할 책인데... WBC 유다서-베드로후서도 보컴의 책이다. 















원서를 찾아보니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이 정말 많다. 그것도 대작들이다. 이 사람은 도대체 이런 연구를 어떻게 하길에 이렇게 많은 책을,, 그것도 무지막지한 내용의 책들을 출간할 수 있단 말인가? 한국의 교수들은 평생 책 두 권도 못내는 사람이 많은데 말이다... 영국은 교수지만 적당한 시간과 여유가 있어 보인다. 역시 1세기 전후 문헌을 위해서는 영국으로 가는 게 맞는가 보다. 문득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유독 갈릴리의 막달라 마리아라는 책이 눈에 들어 온다. 기회가 원서로 사서 꼭 읽어 보고 싶다... 일단 여름 방학을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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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다, 살다, 웃다 - 인생이 확실히 꼬여버린 그리스도인에게 필요한 믿음의 내공
김지찬 지음 / 국제제자훈련원(DMI.디엠출판유통)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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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힘이 빠지는 법이다. 신앙의 경륜도 쌓일수록 주저하게 된다. 삶은 우리에게 사는 게 만만치 않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인생은 슬픔이다라고 정의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그리스도인들은 폭풍 속에서 평온을 누리고, 역경 속에서도 기쁨을 향유한다. 이미 임한 하나님의 나라와 영원한 생명을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체험하기 때문이다. 처음 저자의 설교를 들었을 때 경이(驚異)로웠다. 지금까지 단 번도 들어보지 못한 설교였다. 성경을 파헤치고 들어가는 치밀함은 이것이 진짜 설교다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때로는 한 편의 단아한 수채화 같았고, 때로는 경주하는 말의 스케치 같은 역동적이다. 그런데 세월이 흐를수록 확고함보다 모호함이 설교에 스며들어 있었다. 모호함은 진리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삶을 통해 체득한 지혜가 분명하다.

 

1부에서 고난 속에서 살아가야할 그리스도인의 삶을 찾아간다. 회당장인 야이로의 딸이 죽었다. 주님께 찾아와 딸을 살려달라고 간구한다. 주님은 죽어가는 그의 딸을 살리기 위해 길을 걷는다. 그러나 도중에 하인들이 와 딸이 죽었다고 말한다. 마가는 그 때 주님께서 곁에서 들었다고 말한다.(5:36) 스무 살에 왕이 된 아하스에게 절체절명의 위기가 찾아온다. 아람과 북이스라엘이 연합하여 유다를 공격한 것이다. 징표 구하기를 거절한 아하스에게 이사야가 준 표는 임마누엘이었다. 그렇다. 하나님은 타자로서 초월해 계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하시는 분이다. 주님은 기꺼이 우리의 손을 잡고 고통 속에서 함께 걸으신다.

 

2부가 믿음에서 답을 찾는 것이라면 3부는 믿음의 성숙을 위해 우리가 알아야할 몇 가지를 소개한다. 그 하나는 눈의 본질은 보는 것이 아니라 눈물이다라는 자크 데리다의 조언이다. 정의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며, 사랑 없는 정의 역시 정의가 아니다. 저자는 우리는 정의와 사랑을 동시에 추구해야 합니다’(198)라고 강조한다. 두 번째 설교에서 사랑은 자신을 학대하고 괴롭히는 집주인을 용서하는 가정부의 삶이라고 조언한다. 필자가 잘못 읽지 않다면 저자의 설교가 힘이 빠져 보이는 것은 불신이 아니라 긍휼이며, 사랑이다. 10편의 설교로 이루어진 묵직한 설교들은, 사랑과 풍성한 하나님의 은혜를 느끼게 해준다. 20년 전의 예리한 설교보다 지금의 설교가 더 강력한 힘을 가졌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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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는 것이 확실하다. 어제 마야-아스테카 문명에 관한 책을 읽다 대항해시대가 언급된 것을 보고 아하.. 결국 여행이구나 싶다. 탈레스의 혁명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지식이나 문명의 폭발적인 성장에는 반드시 여행이라든지, 항해라든지 하는 '이동'의 개념이 들어가 있다. 이동은 결국 만남이고, 만남은 타자와의 교류를 전제한다. 대항해 시대 관련 세 권의 책이 보여 함께 담아 본다. 송동훈의 <대항해시대의 탄생>은 항해 시대의 탄생과 과정 등을 탐험한다. 이제 대항해시대가 긍정적 측면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 돈이든 명예이든, 아니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든 대항해시대의 동기는 필연적인 결과를 도출한 것은 분명하다. 그것은 지식의 폭발적 증가와 관점의 변화, 그리고 과학의 발전 등이다. 그러나 반대로 라틴 아메리카의 경우는 착취와 멸망이라는 비운을 맞게 된다. 주경철의 <대항해시대>는 이러한 문명과 지식의 측면을 잘 강조하고 있다. 무네 후유 <대항해시대>는 탄타지를 소재로 하지만, 상당한 역사적 사실과 기술을 뒷받침하고 있어 흥미를 추가로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한다. 


















문젤로의 책은 '만남'에 촛점을 맞춘다. 특히 서양과 중국과의 만남에 포커스를 맞추고 그로 인한 결과들을 추려낸다. 













조금 오래된 책이기는 하지만 권홍우의 <부의 역사>는 대항해시대부터 석유전쟁까지의 부의 이동을 추척한다. 결국 부는 사람들의 필요와 갈망에 의한 것이다. 당대의 필요, 사람들의 관심,,, 부는 사람들의 욕구인 셈이다.










대항해시대가 발동한 이유 중의 하나는 부를 위한 갈망이며, 뭔가를 새롭게 시도함으로 자기만의 것을 도출하려는 욕망이 아니었던가. 바다절벽의 두려움을 깬 것은 어쩔 수 없는 호기심과 부에 대한 갈명이 크다. 뭔가 해야 하니... 이유야 어찌되었건 현재 라틴 아메리카는 부의 변두리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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