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이 산문보다 살갑다. 

산문은 글의 이어짐으로 제 몸을 바로세우지만
운문은 문장의 맛으로 제 살갗을 남김없이 드러낸다. 

시는 구술로 전해져 내려온 탓에 
말하나하나 더해진 운율이 화자를 흥분시키고
겉치레 가득한 말이 설 때가 없어 
문장하나 씹어 삼켜도 온전한 글이 된다. 

말로 맺혀진 마음 글로 풀어낼 적에
내 피안에 단군이 
내 몸안에 토끼와 거북이가 어우러 지는데

미당이 짊어지고 소월이 읊조렸던 세상이  
내 잗다란 언어에도 수줍게 녹아있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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