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병의 징후는 마음에 있다. 마음이 어지러우니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걱정은 걱정을 낳는다. 단지 마음을 벼리려는 노력은 짓누름을 더욱 강화할 뿐이다. 그렇다고 그저 내버려두면 불안이 주체가 되어 마음을 흔들고선 흩뜨려 버린다.’

 

내일부터 날이 춥다고 한다. 요즘 간간이 일이 손에 안 잡히고 머리가 무겁다. 겨울의 들머리에 햇살을 마음껏 쐬지 못한 비루한 일상 탓이리라. 퇴근 시간은 다가오는데 바깥 바람의 매서움을 알기에 나가기를 저어한다. 그저 웅크리고선 똬리를 틀 뿐이다.

슈퍼스타K2가 끝나니 허무하기 보단 오히려 편하다. 특정 시간에 티비에 앞에 앉지 않아도 된다는 여유가 마음을 눅인다. 허각의 우승은 의외지만 다만 그게 대부분이 생각하는 ‘정의’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기실 누가 우승하든 사소한 간절함이 하나의 덩어리로 승화된 것이기에 그 절박함은 십분 이해할만 하다.

요즘 신문을 자주보고 책을 멀리하니 이야기가 오히려 산만해 진다. 겨울을 기다리던 아이의 귓가에 추위란 그저 따스함을 간절하게 해주는 장작 같은 것이 아님을 일깨워준 사람이 있었다. 그 아이는 어른이 되어 겨울을 기다렸던 시절을 허랑하게 느껴진다. 이제 집에 들어가도 겨울을 이겨내 줄 살가운 난로와 온기가 없기에 그러한 듯. 아.. 정녕 겨울은 브뤼겔의 그림에 나오는 정겨움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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