잗다란 일상과 대거리하다 보면 삶이 그리도 비루해 보이더라. 밥먹고 가란 사람도 없고 맘 맞기는커녕 말 맞는 사람 찾기도 어려운 시절에 사람 사이에 나는 혼자더라. 그 외로됨이 종종 원망스러워 나를 삭이고 마음을 눅이곤 했지만 마음은 정녕 내 것이 아니더라.

간만에 넋두리를 했다. 주말엔 정독 도서관을 갔다. 대출증을 만들고 책을 빌렸다. 음악에 관한 책 2권과 미술에 관한 책 2권이다. 둘 다 쉽고 어렵지 않게 와 닿는 지라 하루를 빌리면 책을 다 읽을 줄 알았다. 허나 일상에 찌든 몸은 책보단 좀 더 자극적인 유혹-예를 들면 온라인 게임이나 친구들과의 담화-을 찾아 헤메이는 바, 책은 쉬이 넘겨지지가 않더란 말이다.

친구와 서울 성곽을 걸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점점 무식해지는 자신이 부끄러워 말도 다 부질없어지는 걸 느끼며 그냥 어제 하루는 그렇게 간 것이외다. 세월의 무게가 더께로 느껴지는 요즘인바-지인들은 내 시간은 그들 보다 2배는 빨리 가는 것 같다며 조로(早老)한 친구를 못내 가엽게 여기곤 한다- 더더욱 책을 읽어야 하건만.

책은 보지 않고 ‘뜨거운 형제들’을 보고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바. 마음에 가물이 들었는데 물을 끌어올 생각은 않고 시절을 그냥 곱씹고 있는 바. 이젠 좀 마음 한 곳을 헛헛하게 한 후 옴팡지게 살아야 되지 않것서라.

좀 있으면 퇴근인데 말이 많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마냥 여전히 신기한 게 많은 사회생활이지만 내 시간은 ‘고꼬로’ 가는 듯하다. 뿔뿔이 흩어진 내 회사 동료들은 잘 있으려나 모르겠다. 클래식 들으며 음풍농월(吟風弄月) 하던 시절도 아스라이 바스라진다. 그래서, 지금 들으러 갑니다.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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