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회사일 때문에 신라호텔에 있었다. 오전 일을 끝내고 밥을 먹기 위해 어느 돌계단을 선배와 거닐었다. 길은 새로웠고 주위는 색달랐다. 아침엔 보지 못했던 길이었기에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는 것이 미로에 갇힌 것 같은 묘한 재미도 줬다.

밥을 먹고 다시 호텔로 향했다. 아까 그리도 신기했던 길이 신라호텔로 향하던 내 발길이 닿았던 아침의 그 길이었단 사실을 알게 됐다. 올라갈 때의 길과 내려갈 때의 길이 그리도 달라보였던 것이다.

다들 삶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한다. 그 말에 첨언하자면 삶을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서도 다른 것 같다. 내려다보며 걷다 보니 나무도 보이고 계단 아래 펼쳐진 사람도 보였다. 올려다보며 걷다 보니 내 발만 보이고 땀만 자욱했다. 아니, 올라가는 길에도 나는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 걸음을 내려다보고 피곤에 가득할 그 날 하루를 무거운 듯이 내려다 봤다.

내게 두 가지 모습을 보여 준 돌계단은 호텔을 나서는 늦은 오후에도 그대로였다. 계단은 그렇게 조용히 머물렀고 나는 이른 퇴근을 기뻐하며 주위를 살피지 않은 채 발걸음만 주시했다. 다름을 살피는 여유는 마음이 차분할 때에야 생기는 휴식같은 것인가. 그냥 길치라서 내가 걸어 온 길을 살피지 못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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