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지 황석영 중단편전집 1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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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젊은 시절 단편 모음이다. 단편이기에 호흡은 짧고 재미난 시도도 많아 보인다. ‘아우를 위하여’에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보았고 ‘입석 부근’에선 김훈의 느낌도 났다. 특히 소설이 묘사하는 60년대 풍경은 서사보다 더 진득한 울림을 줬다. ‘객지’에서 이야기한 당시 노동자의 삶은 투박한 묘사만으로도 절절했고 지금과는 다소 거리가 있기에 앎의 기쁨도 있었다. 예를 들면 당시 노동환경이나 임금구조 같은 것들. 무엇보다 ‘개밥바라기별’에 나온 ‘공사판 아저씨’가 잠시 언급되는 듯 하여 반가웠다.

그의 단편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징하다. 김연수 식의 꼬임이나 김훈이 보인 문장에 대한 지나친 탐닉도 보이지 않는다. 글로 그의 소설을 다시 매듭짓는 건 덧없다 하겠다. 그래도 덕분에 황석영이 왜 이야기꾼인지 알게 되었다. 최근에 나온 소설들보다 좀 더 살냄새가 많이 난다. 지금의 다습고 관조적 시각도 나쁘진 않으나 이야기를 지나치게 벌려 놔 다소 헐거운 근작(近作)들 이었다. 그의 젊은 시절엔 좀 더 땅에 가까운 이야기를 했더랬다. ‘심청’이나 ‘바리데기’에서 바다를 아우른 그의 ‘구라’가 다소 미진한 느낌이 들어 사족(蛇足)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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