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의 경제학 - 본능 속에 숨겨진 인간 행동과 경제학의 비밀
비키 쿤켈 지음, 박혜원 옮김 / 사이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원제는 Instant Appeal 이다. 본능의 경제학이라 명명된 이유는 이 책에서 강조하는 익숙한 ‘본능’을 자극하기 위해서인 듯하다. 책은 재미있다. 사례도 풍부하다. 1982년 1월 13일 워싱턴 DC에서 일어나 에어플로리다 소속 보잉 737기의 사고는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의 잠언과도 궤를 같이 한다. 글래드웰은 한국의 수직적 문화가 완곡어법을 발달 시켰고 그게 괌에서 있었던 비행 사고의 원인이라 했다. 비키 쿤켈도 마찬가지로 위계 질서라는 ‘신성한 소’가 완곡어법을 낳았고 이게 82년 참사의 원인이라 한다. 원인과 결과가 비슷한 사건이지만 해석하는 방식의 다름이 재미를 준다.

‘후크 송’이 유행하는 이유도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비틀즈는 ‘she loves you'라는 곡에서 'yeah'라는 단어를 29번 사용한다. 멜로디뿐만 아니라 단어도 묘하게 중독적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단어 yeah 전후로 잠깐의 끊기를 시도한다. ’Can't buy me love'나 'I want to hold your hand', 'Please, please, me' 또한 중독성 단어를 노래 전체에 걸쳐 몇 차례 반복한다.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나 소녀시대의 ‘Gee'와 같은 경우도 같은 범주로 해석 가능하겠다. 후크 송은 인간의 생체 리듬과 잘 맞는 곡이기에 청중의 ’본능‘을 잘 이용한 사례라 하겠다.

다만 미국 정치인의 사례가 많아 쉽게 와 닿지 않는 점, 뒤로 갈수록 프레임에 맞춘 억지 해석이 늘어난 것은 흠이라 하겠다. 문화에 따라 각기 달리 해석할 수 있는 변수도 많이 일반화하가 어려운 예시도 많다. 무엇보다 사회 문화적 사안을 다루고 있기에 경제학에 국한시킨 책 제목도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 이 책은 경제학 책이라기 보단 말콤 글래드웰 류의 사회학 서적에 가깝다. 재기 발랄하면서 연성화된 사회학 서적. 책은 쉬이 읽히고 시간도 얼마 들지 않으니 짬짬이 읽으면 되겠다. 다만 이 책은 1년 전에 외국에서 출판되었고 국내에는 1년이 지난 이번 달에나 나왔다. 이로 미루어볼 때 그렇게까지 화제가 된 책은 아닌 듯하다. 그래도 중요 일간지에선 재미있는 책이라고 소개했으며 간만에 그들과 나의 의견이 포개진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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