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의 탄생
배리 네일버프, 애비너시 딕시트 지음, 이건식 옮김, 김영세 감수 / 쌤앤파커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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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시나리오가 완벽히 맞아 들어가긴 어렵다.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변수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내생 변수와 외생 변수가 있다. 내부에서 발생하는 내생 변수와 달리 외생 변수는 통제하기 힘들다. 노력에 의해 제어되는 게 아니라 외부 상황에 의해 결정되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결국 완벽한 전략이란 가장 유동적이고 성공 확률이 높은 전략이다. 백 프로는 없지만 백 프로에 가깝게 머리를 굴리고 벼린 전략이다. 무엇보다 내생 변수에 대한 통제는 기본이다. 그렇기에 전략은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다. 최선은 있지만 절대적 전략이란 없다.

 이 책을 읽기 전 ‘삼국지와 게임이론’이란 책을 읽었다. 게임 이론으로 본 삼국지 이야기였는데 새로운 해석이 맘에 들었다. 제갈량의 공성지계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마의가 군권을 유지하기 위한 흑심이 작용했다는 거다. 즉 제갈량이란 맞수가 없다면 사마의는 군권을 놓치기 때문에 뛰어난 연기력으로 제갈량의 책략에 넘어간 척 했다는 거다. 물론 정사에는 이 사건이 허구라고 나온다. 허나 갖가지 상황을 게임이론이란 프레임으로 해석한 이 책은 꽤나 재밌었다.

 헌데 이 전략의 탄생이란 책은 위의 책과 다르다. 재미있긴 하나 어렵다. 수학이 많이 사용된다. 전개 방식은 ‘게임트리’를 통해 눈으로 설명 되고 균형전략 표로 숫자화 된다. 많은 사례가 다소 딱딱할 수 있는 내용에 윤기를 준다. 그렇다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게임이론은 이전에 ‘수리 경제학’ 수업 때 배운 적이 있다. 2년 전 백경환 교수님께 배웠는데 이 책은 거의 학부 전공 심화 수준이다. 재정정책이란 수업에서 배운 호텔링 이론도 나오고 도시 경제학 수업에서 배운 시장과 시장 참가자의 유인을 그래프로 계산하는 방식도 사용된다. 그 때의 지근거림이 생각날 정도로 머리를 많이 쓰며 책을 읽어야 한다. 게임이론에서 가장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 정도는 아주 우습다. 이 책에 나오는 갖가지 사례는 인간의 심리에 대한 이해의 기반 위에 상대도 매우 똑똑하다는 가정 하에 이야기되고 해석된다. 다들 이렇게 까지 머리를 쓰며 살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기실 인간의 이성을 120프로 사용해야 성공에 가까워지는 현 사회의 팍팍함은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무엇보다 경제학이 가진 형이상학적 측면을 실용과 잘 맞추어 설명하였다. 이 책을 오롯이 이해한다면 웬만한 경제학 학사보다 더 뛰어나다고 보면 될 듯하다. 물론 게임이론에 관해서 만이다.

 앞서 어떤 분은 번역의 오류를 지적하였으나 깔끔한 편집과 정갈한 문장은 그런 지적의 적절성을 의심케 했다. 전략의 탄생이란 제목도 어느 정도 ‘전쟁의 기술’이란 책의 아류라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의도적 비틂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원제를 그대로 번역했다면 전략의 기술이 됐을 테다). 그렇기에 제목 또한 괜찮다고 본다.

 좋은 책이다. 다만 좀 어렵고 실생활에 적용하기엔 생각할 거리가 너무 많다. 이 책을 읽는데 한 달이 넘게 걸렸다. 챕터 하나씩 이삼일에 걸쳐 읽으면 좋을 듯하다. 어쩌면 경제학을 전공해서 더 오래 걸렸을지 모른다. 스스로의 불민함을 탓하며 책을 읽어나가다 보니 오롯이 이해하기 위해 공을 너무 들였나 보다. 이런 책을 볼 때마다 경제학 전공이란 게 뿌듯하다. 배움의 기쁨을 느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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