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웃라이어 -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말콤 글래드웰 지음,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 / 김영사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말콤 글래드웰은 어느새 유명해졌다. 그의 저서는 신문 칼럼에서 종종 인용되고 발췌된다. 사람들이 놓치고 지나가는 부분을 꼭 집어 분석한다. 번역도 깔끔하다. 좋다.
로쟈님의 서재에 자주 놀러 가는 데 그분은 서재를 가꾸는 데에만 분명 10000시간 이상을 투자할 테다. 지식 중개상을 하고 계시지만 가끔씩 보이는 깊은 성찰이 마음에 차곡차곡 쌓인다. 멋지시다. 나도 어느 부문의 전문가가 되려면 10000시간을 써야할 듯하다. 보통 책을 한 권 읽는 데 5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면 2000권의 책을 읽어야 책 좀 읽었단 소리를 할 수 있을 테다. 헌데 책을 읽기만 하고 외따로 정리하지 않으면 중요 내용이 쉬이 떠오르지 않기 마련이다. 그래서 서평이란 형태로 읽은 흔적을 남긴다. 헌데 서평을 쓰는 건 그리 녹록지 않다. 1시간이 넘게 걸리는 때도 있다. 실제로 컴퓨터 앞에 앉아 보내는 시간이 1시간이 넘으므로 그 지식을 내면화 하고 말로 풀어내기 위한 담금질의 시간까지 합하면 2시간 정도 소요된다 하겠다. 결국 1400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쓴다면 그나마 책 좀 읽었다 할 수 있겠다.
책 내용으로 돌아가자. 글래드웰은 재미있는 예시를 많이 들었다. 내가 매우 좋아라하는 비틀즈부터 한국 조종사 이야기 까지 다양하다. 나는 그의 책에서 배운 관찰력을 일상에서 종종 써먹기도 했는데 출처를 밝혔기에 그의 저작권을 침해한건 아니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다. ‘80년 대 이후 설립된 기업 중 100대 기업이 없다며 요즘 아이들이 패기가 없다고 단정하는 윗세대들의 말은 무책임하다. 지금 정도의 능력과 안목을 가진 20대가 60년대에 태어났다면 최소한 미래에 대한 불안보단 열정으로 달아올랐을 테다. 팍팍해진 경쟁 구도와 치열한 삶의 양태는 열정보단 불안을 가까이 하게 한다. 빌게이츠나 이병철 회장이 현 시대에 태어났다면 대기업 정규직 내지는 중소기업 하나 근근이 운영하는 정도일 테다. 아웃라이어를 보면 알 수 있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하며 우리 세대의 불안을 정당화 하고 윗세대를 나무랐다. 이런 정당화는 기실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은 되지 않아도 왠지 모를 죄책감을 더는 데는 좋은 역할을 하니 나쁘지 아니하다. 또한 동양인이 수학에 뛰어난 원인도 한 음절로 말할 수 있는 일련의 숫자 정렬 방식과 논농사로 다져진 부지런함을 꼽은 건 매우 특이한 관점이다. 논농사가 부지런함을 유전자에 각인시켰다는 관찰은 다소 사맛디 아니하나 수를 쉽게 세기 때문에 숫자에 강하다는 해석은 꽤 그럴 듯하다. 고개를 절로 끄덕였다.
책은 결국 아웃라이어가 되기 위해선 10000시간의 노력과 행운, 또 문화적 유산(일종의 아비투스)이 중요하다고 설파한다. 대부분 치열하게 사는 요즘 사람에겐 통제할 수없는 변수인 행운이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헌데 노력하는 사람도 운 좋은 사람을 못 이긴다는 아포리즘이 이 책의 결론이라면 우울하다. 밝게 보자. 이 책은 세상사를 바라보는 데 있어 다양한 변수에 대한 관찰과 다른 생각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즉 이 책이 제시하는 결과보단 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다른 시각이 책의 가장 빛나는 부분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추천한 20권의 휴가 관련 서적 중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왜 그대의 삶이 빡셀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통찰과 위로, 또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저 그런 경영 경제 서적 10여권 보다 훨씬 나은 효용을 준다. 그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나는 서둘러 1400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써야겠다. 물론 20살 이후로 매년 130권 정도의 책을 읽었으니 서른이면 그 경지에 도달할 듯하다. ‘少年易老學難成 一寸光陰不可輕’이라고 송나라 대유학자 주자는 말했다. 나 또한 불민한 나를 재촉해 아웃라이어의 경지에 다다르려 한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