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해가 빨리 졌다. 친구는 어둑한 하늘을 보고선 왜 이리 검은 날씨냐며 푸념했다. 나는 네 마음이 검어서 그렇다 말했다. 친구는 껄껄 거리며 ‘네 눈엔 이게 하얗게 보이냐’며 박장대소 했다. 간만에 나도 웃었다. 이런 저녁은 밤보다 더 컴컴하다. 마음이 즐거운 이도 쉬이 인상을 찌푸릴만 하다. 실없는 몇 마디가 눈주름을 지으며 상글상글 웃음을 짓게 해줄 터이다.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문자를 보낸다. 날이 어두우니 마음은 밝게 하라는. 답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나름의 설렘이 있다. 말로 풀어내기 힘든 이 미약한 설렘은 마치 근사한 곳에서 무얼 먹을 지 고르던 그 마음과 닿아있다. 이런 사소한 설렘이야말로 사람을 살게 하는 다독임이다. 한껏 따스하다.

 근천스럽게 삶을 영위하려던 구접스런 마음만 미만하던 날이 있었다. 살에 닿는 바람은 푸슬푸슬 부스러지고 생의 의지는 흐너지며 바스라지곤 했다. 마음을 자늑자늑 눅이며 애써 달래도 넘을 수 없는 산은 멀어 보였고 지나온 길은 높아 보였다. 심신이 미약해지고 마음을 다잡기 어렵던 시절이기에 몸과 마음도 자연히 핍진해졌다. 웃음도 사치고 울음은 잔망스러우며 놀이는 범박하고 노래는 마음을 울리지 못했다. 그땐 그랬다.

 지금도 환경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다만 마음은 여느 때보다 헌걸차다. 굳이 애써 어려운 책을 읽고 애써 깊은 생각에 빠져서가 아니다. 마음 닿는 데로 발을 내딛고 마음을, 쓰지 않아도 되는 삶이 퍽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마음을 가눌 길 없을 땐 침강하지 말고 그냥 걸어보자. 걷고 또 걷다 보면 닿지 못했던 그 곳에 이미 서 있을지 모른다. 오늘 도 난 그곳에 가려한다. 그 곳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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