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세어보니 올해 읽은 책이 100권이 넘었다. 매 해 백 권이 넘는 책을 읽어왔으나 올해는 그 깊이와 두께가 다르다. 우선 읽은 책 중 삼분지 일 정도는 서평을 썼다. 무엇보다 읽은 책이 그리 만만한 책이 아니었다. 작년과 재작년엔 영화나 음악에 편식된 독서를 했다. 특히 작년엔 오쿠다 히데오를 좋아라하여 그의 이름으로 국내에 출판된 책을 전부 다 읽었다.
올해도 비슷한 양상을 띤 작가가 있긴 하다. 김영하가 그 주인공인데 그의 소설을 거짓 다 읽었다. 김훈의 소설은 모두 다 읽었고 출판한 소설이 많지 않은 김애란의 책도 다 읽었다. 김연수의 책은 그 겉과 속의 알 수 없음이 독서를 지난하게 한 바, 몇 권만 읽고 말았다. 강준만이 올 해 낸 책은 다 읽어 보았다. 9월에 나온 책은 지인에게 부탁하여 빌리려 했으나 그 자식이 사보타주를 일삼는 바람에 아직 보지 못했다. 조만간 볼 참이다.
로쟈님이 쓰신 책은 며칠 간 학교 도서관을 방문했으나 오프라인에는 없고 온라인에는 있다고 표시가 돼 있다. 친구 학생증으로 책을 빌리는 입장이라 당당하게 책의 부재를 탓할 수 없기에 내일도 발품을 팔아야겠다. 그 외에 남경태 씨가 쓴 책들은 올 해 베스트 독서 목록에 꼽을 만하다. 물론 정치하지 못한 문장과 조금 지나친 주관은 경계해야겠으나 그의 저술이 지닌 장점을 가리진 못한다.
특이 사항은 ‘인물과 사상’이란 월간지가 올해 내 맘에 쏙 들었다는 거다. 특히 전성원(바람구두)님이 쓰신 일련의 글들은 공을 들인 티가 팍팍 나는 바, 매우 흡족하였다. 강준만이 꾸준히 연재하는 하나의 키워드로 한국사 바라보기 부문은 미시사로 거시사를 쉽게 풀어낸 바, 이 또한 매우 좋았다. 중간 중간 나오는 예술과 철학 부문에 관한 글도 좋았고 수유 너머의 연구원이 쓴 글은 어느 정도 편차가 있었다. ‘19금 경제학’의 저자 조준현이 쓴 부문은 쉬이 동의하기 어려운 프레임들로 인해 이 책의 옥의 티라 명명할 수 있겠고 지강유철씨가 하는 인터뷰 부문도 다소 편파적이라 맘에 차지 않았다.
작년에 비해 경제학 관련 서적을 덜 읽었는데, 이것은 신문을 매일 2시간 정도 열독하고 주간지 몇 개를 꾸준히 보아온 봐, 말로 풀어내는 경제가 다 거기서 거기란 나름의 결론 때문인 듯하다. 몇 개의 철학 책은 정신을 살찌워 심히 까칠한 본인을 만드는 데 기여했으며 가벼이 읽었던 예술 관련 서적은 이전에 읽었던 책과 별 다를 바 없어,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없다는 진리를 재확인 시켰다. 아래에 내가 꼽은 올해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을 놓아둔다. 아직 두 달이 넘게 남은 올해이기에 무엇인가를 으뜸과 버금으로 꼽는 일이 시의부적절할 수 있으나 별다른 책이 나올 것 같진 않다. 오늘 자소서 하나를 공들여 썼더니 머리가 아프다. 낼 알바 때문에 자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