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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 O.S.T.
한석규 노래, 조성우 작곡 / 이엔이미디어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추억은 애잔하다. 닿을 수 없기에 슬프고 쉬이 잊혀 지기에 서글프다. 그래도 추억이 있어 행복하다. 가끔 삶을 뒤돌아 볼 때 추억만큼 깊은 게 없다. 깊기에 빠져나오기 어렵고 아늑하기에 쉬이 잠들어 버린다.
그런 추억에 관한 영화다. 영화의 OST다. 곡은 좋고 옛 생각을 나게 한다. 한석규의 노래는 꾸미지 않아 좋고 그의 나레이션은 애써 우울하지 않아 좋다. 조성우의 음악은 옛것만이 낼 수 있는 울림을 준다. 귀도 마음도 다 가라앉는다.
헌데 가끔 나쁜 생각을 하기도 한다. 허진호가 이 영화와 ‘봄날은 간다’를 남기고선 요절했으면 어떨까 하는. 그렇다면 그는 영화계의 유재하가 되어 사랑받고 그리움이 되지 않았을까. 또 농밀한 고백의 언어와 살갑게 표현한 심상한 세상에 대한 묘사로 찬란히 빛나지 않았을까. 두 편의 빼어난 영화 덕에 허진호는 평범해지고 무뎌져 간다. 안타깝다. 영화 속 음악도 가슴을 흔들지 못한다.
크리스마스와 8월의 중간 지점이 지금 이 맘 때다. 영화 속 풍경과 가장 어울리는 계절인 듯하다. 귀신 이야기에 무서워하며 부끄러운 듯 팔짱을 끼는 심은하의 수줍은 미소가 생각난다. 가을의 끝머리와 겨울의 들머리에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헌데 심은하는 이 영화 이후 몇 편의 작품 이후 대중 앞에서 사라졌다. 대중은 심은하를 그리워하고 그녀의 빠른 퇴장을 아쉬워한다. 허진호가 위 두 작품만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면 심은하를 그리워하는 마음보다 더 간절히 그의 이름은 회자됐을 테다. 8월의 크리스마스를 들으며 그의 비범한 소소함을 기대한다. 허진호를 아직 놓을 수 없는 이유가 이 영화에 빼곡히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