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친구가 끝났다. 올해 처음으로 '본방사수'를 한 드라마 였다. 영화 '친구'를 본건 대학교 1학년 때였다. 고등학교 단짝 준이와 보았다. 그는 며칠 뒤에 결혼한다.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 빛이 바랜 추억도 희붐히 다가오는 추억도 이젠 다 세월이다. 조금 있으면 동수만큼 나이를 먹을 테다.
영화는 묘하게 마음에 남았더랬다. 대사가 입에 감겼다. 장동건의 낮은 음성도 좋았다. 양아치스러운 말투와 목소리가 잘 어울린다 생각했다. 나도 장동건처럼 일부러 쉰 목소리를 내며 말을 하고 다닌적이 있었더랬다. 지금도 가끔 그런다. 왠지 숨겨진 마초스러움이 드러나는 거 같아 기분을 좋게 한다. 특히 영화 대사를 많이 따라했다. 제일 많이 한게 "아버지 뭐하씨노!"였다. 아비가 홀로 저 멀리 간 이후론 이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워낙 이 말을 많이 하고 돌아다녀 지금도 친구들은 영화 친구 대사 중 이 영화를 제일 많이 기억난다 한다. 아버진 뭐하실까나..
드라마가 끝나니 너무 섭섭했다. 그래서 오늘 늦잠을 잤다. 상실감이 강하게 들 땐 늦잠을 자곤 한다. 드라마가 끝났는데 추억이 하나 끝난 듯하다. 드라마를 보며 그때가 생각나고 그때가 그리웠나 보다. 이제 고작 가을인데 겨울이 되면 주린 마음을 누구에게 의탁해야 하나. 이 글을 쓰고 나면 마음엔 또 다른 태양이 뜰 테다. 무람없이 이야기를 나눌 사람을 불러야겠다. 아직은 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