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은 소설로 스스로를 말한다. 남의 이야기도 온전히 남이 되지 못하고 자신이 되어 속내를 말한다. 부끄러울 만도 한 늙음의 추잡함과 주책스런 이야기도 남의 몸을 빌려 읊어준다. 그의 단편 '화장'을 읽고선 마음이 무겁게 가라 앉았으며 '배웅'을 읽고 삶의 애틋함에 몸서리를 쳤다. 어느 글 하나 사사롭지 않은 것이 없고 어느 말 하나 웅숭깊지 않은 것이 없다. 그의 글을 읽는 것 만으로도 실로 복되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