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한 때 장하준을 열렬히 사랑했다. 그의 서적은 꼬박 꼬박 챙겨 보았고 그가 기고한 칼럼은 거의 다 찾아 보았다. 장하준의 글은 주류 경제학자의 글과는 달랐으며 무엇보다 캠브리지 대학 교수라는 직함은 그러한 다름에 '시크'함을 더해줬다.

 하지만 지금 장하준은 애달픈 설렘이 아닌 그냥 괜찮은 학자 정도로 자리매김 하였다. 아마도 장하준이 보여 준 그 엄청난 자기복제에 질렸던 것이리라. 그가 지은 책인 '사다리 걷어차기'나 '개혁의 덫'과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항상 등장하는 '스위스는 흔히 알고 있는 금융 강국이 아니라 제조업에 엄청난 비교우위를 지닌 제조업 강국' 이라는 표현은 클리셰를 넘어 지겹기 까지 하다.  

 무엇보다 지난 학기 수강한 경제학사 수업에서 제도학파를 공부하며 장하준의 주장이 그렇게 '다른' 주장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그에 대한 애정이 식은 듯하다. 연구하며 수업하며 중앙 선데이에 가끔씩 글을 기고하는 학자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장하준이란 브랜드가 지닌 상징성을 희석시키는 그 동어반복의 많은 책은 장하준에 대한 고찰을 요구한다. 장하준과 함께 대중적 경제학자로 주로 언급되는 우석훈의 글은 그 넓은 스펙트럼 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를 하기에 언제나 신선하다.(물론 정교함은 장하준이 낫다.) 또다시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언급하며 보호무역의 실효성을 긍정하는 책이 장하준의 이름으로 나온다면.. '잊혀진 계절'로만 기억되는 이용이란 가수처럼 장하준도 하나의 상징어로만 기억되는 잊혀진 인물이 내겐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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