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난 나에게 솔직하지 못했다. 무언가 뜨거운 것이 가슴 밑바닥에서 치고 올라올 듯 했지만 기민한 신경세포들은 감정을 추스리는 데 익숙해서인지 애써 웃음 지으며 돌아서게 했다. 그런게 아니였다고.. 네 말은 다 자기 합리화라고.. 그런 말이 지금도 머릿속을 맴돌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한 순수한 굴종이 자기 합리화의 소산인지, 인간 사이의 충돌을 저어하는 비겁한 자아의 소산인진 모르겠지만 난 묵묵히 그 얇은 변명에 침묵으로 미소지었을 뿐이다. 

 아마 내가 무척 게을러진 이후부터 내 언어는 발화되지 못한 채 홀로 삭아가는 어느 젊잖은 홀애비나 과부 같은 양상을 띄었던 것 같다.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기에 타인을 언어로 제압하지 못하는 과도한 일관성의 견지는 악순환처럼 내 몸을 묶었던게 아닐까. 그들의 언어의 표층을 해체하고 심층을 다 보여주고픈 때도 많았지만 몸을 피로케 하기 싫다는 가장 치열하면서도 사소한 이유로 나는 평화주의자가 되어갔다.  

 매 년 수백권의 책을 읽고 수백편의 영화를 보며 오롯한 나만의 성채를 켜켜이 쌓아올려 왔지만 시나브로 초라해지는 성안의 풍경은 무언가 변화를 일으키라 요구한다. 다시금 싸움닭처럼 온몸을 피로 물들이며 살아보는 것도 좋을테다. 아니면 성안의 해자를 다 메우고 널리 소통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항상 나름의 최선을 다해 왔지만 행복이 아닌 견디며 살아 온 듯한 지난 날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누가 나한테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평을 써달라고 했는데..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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