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을 만들 수 있습니까
히사이시 조 지음, 이선희 옮김 / 이레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은근히 자기계발서와 같은 느낌을 준다. 히사이시 조는 본인이 어떻게 성공을 했는지에 대한 철학을 이 수상록을 통해 설파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작업할 때 스스로를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간다든지 언제나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예민한 감성과 조금은 신경질적이게도 느껴지는 잘 세공된 음악은 아마 그의 성격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리라.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하이든이나 모차르트가 다작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한 설명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모차르트는 천재이기 때문에 41곡의 교향곡을 남긴 것이고 하이든은 장수한데다가 성실하고 안정적 사회적 지위를 바탕으로 100곡이 넘는 교향곡을 남겼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하사이시 조는 이 둘의 다작 이유로 고전음악의 형식화를 지적한다.  

 -일단 제시부에서 제1주제와 제2주제가 제시된다. 제1주제에서 남성적인 주제를 썼다면, 제2주제에서는 여성적인 주제를 써서 서로 대조를 이루게 한다. 이런 성격뿐 아니라 원칙적으로 제1주제는 으뜸조T이고, 제2주제는 장조와 단조에 따라서 나누어 진다. 장조에서는 딸림조D, 단조에서는 평행장조Tp나 딸림조인것이다. 다음에 발전부에서는 제시부에서 썼던 주제를 변형시키고 발전시킨다. 마지막으로 재현부에서는 다시 제시부의 제1주제로 돌아가 조금 더 진행된다 제1악장이 끝난다. 이런 형식을 따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많은 곡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민속 악기를 잘 쓰지 않는 이유라든지 직감력에 대한 생각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다만 다음부터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조금 달리 들릴 듯하다. 고통스런 창작과정과 장인정신이 농축된 음악. 존경받는 위치에 있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의 수상록은 설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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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동을 만들 수 있습니까.
    from power of LOVE™ 2010-03-15 15:11 
    오로지 음악만 알고 있었다. '거장'이라는 말이 그의 이름앞에 수식처럼 따라다녀도, '미야자키하야오'의 작품을 통해 충분히 그의 감성을 느껴온터라, 도리어 그 이상은 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지 못했던 것 같다. 국내 출간 1년이 지나 뒤늦게 만난 책 '감동을 만들 수 있습니까 '는 일본을 넘어 아시아영화음악의 미다스의 손이라 칭송되는 히사이시 조가 직접 쓴 책이다. 영상을 만나면 더욱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그만의 독특한 음악세계, 그 원천이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