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말러 : 교향곡 1번
DG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몇 달 전 교양과목을 신청할 때였다. '음악의 이해'라는 과목이 눈에 띄였다. 클래식 음악을 다루는 과목이였는데 학점을 잘 받기 위해서 수강 신청을 했다. 수업도 나름 재미있고 평소에 잘 아는 것들을 다루어 수월하게 느꼈는데 학점은 잘 안나오고 있다. 즐기는 것과 공부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듯. 음악이 공부가 돼버리자 내 귀 또한 어지러워진 듯하다. 음악을 공부한다라..

 이러한 낮은 학점을 메울 수 있는 기회가 최근에 생겼다. 담당 교수가 듣기 평가를 한다며 30곡의 목록을 내주었기 때문이다. 곡을 듣고 어느 곡인지 제목을 쓰는 것인데 몇 곡을 제외하곤 귀에 익은 곡들 이였다. 말러 교향곡 1번도 그 목록에 있었다. 이게 왠 호재냐 싶었다. 하지만 교수가 인터넷에 올린 음악 파일은 조악한 음색 때문에 청취에 대한 열망을 저해하는 듯했다. 학생들은 그 수업 때문에 말러를 싫어하지 않을까. 고전음악 문외한에게 가뜩이나 고역인 말러를 저렴한 음질로 듣게 하다니.

 말러는 접근하기 어려운 작곡가다. 한곡 한곡의 연주시간이 너무 길고 특정 멜로디가 입가에 맴돌지도 않는 편이다. 음악을 다 듣고 무한한 공간감이 느껴지는 브루크너는 차라리 나은 편이지 말러의 몰아치고 때리고 달래주는 음악은 청자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러기에 말러를 들으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다들 자신이 즐기는 것에 익숙해 지고 마음이 열리려면 어느 정도 심정적 노동을 하지 않았던가. 음악 듣기에도 조금의 정신 노동을 투입해 보시라. 그러면 말러도 들린다. 황홀하거나 무한 감동은 아닐지라도 그냥 얘가 좀 힘들구나.. 내지는 생각보다 괜찮네..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거다.

 이러한 말러 교향곡 중 '거인'이라는 부제를 지닌 1번 교향곡은 참으로 말러스럽지 않다. 귀에 감기는 멜로디와 3악장의 그 소박한 축제의 느낌은 별다는 감정의 이입 없이도 이 작곡가를 좋아하게 만든다. 1번 교향곡 중 최고의 연주로 꼽히는 것이 이 아바도의 연주다. 말러 교향곡 연주 앨범이 워낙 비싸다 보니 번스타인과 로린 마젤의 연주 외에는 다른 연주를 들어 본적이 없어 비교 청취를 하기는 좀 뭐하다. 다만 좀 명쾌한 듯한 말러. 싱긋 웃는 아바도와 관록의 베를린 필. 실황의 근사한 울림. 이 정도면 여간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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