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글은 비슷한 구석이 있다. 글을 쓸 때 손가락 가는 데로 쓰는 경우가 있다. 나 혼자 후련해지고 부분 부분 이음새는 매끄러워 그럭저럭 읽을만 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론 구성이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통일성이 없으며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먹기 힘들다. 피아노 연주를 들을 때도 그런 생각을 한다. 감정이 흐르는 데로 연주를 하다 보면 열정적이고 순간순간 아름답지만 전체적인 곡의 구성은 깨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연주자들은 대성하기 힘들다. 재즈와 같은 즉흥 연주가 아니고선 이런 연주기법을 용납할 클래식음반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글을 쓸 때 전체적인 구성을 생각하고 이음매를 손보며 명쾌한 문장으로 글을 쓸 때가 있다. 글을 다 쓰고 나면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 하지만 너무 전체를 생각해서인지 부분부분 감정을 절제한 듯한 부분은 혼자 속앓이 하기 충분하다. 피아니스트도 마찬가지일게다. 곡 전체를 고려하여 연주를 하다 보면 자신을 많이 제어해야 한다. 좀 빠르게 연주하고픈 부분도 전체를 위해선 제 속도에 맞춰야 하고 감정을 이입하고 싶은 부분 또한 곡의 명쾌한 해석을 위해 이성으로 연주해야 한다.
글쟁이들은 글을 많이 쓰는것도 중요하지만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다독을 하게 된다면, 다른 책에서 영감을 얻어 더 다양한 소재를 다룰 수도 있고 문장을 보는 힘도 기를 수 있다. 하지만 피아니스트들은 다른 연주를 자주 듣지는 않는다 한다. 타인의 곡 해석에 자기가 영향을 받아 제 색깔을 없앨까 저어하는 마음에서 그런다 한다. 그래도 이런 면에서 또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피아노를 두드리기만 한다고 좋은 피아니스트가 될 수 없듯, 글을 무조건 쓰기만 한다고 좋은 글쟁이가 될 수 없는 이치. 하나를 다루기 위해선 수만가지의 다른 주제가 인생을 풍부히 변주케 하고 자신에 의해 읽혀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주제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