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 과학부는 중.고등학교 교육 자율화 방안을 발표 했다. 0교시 부활, 우열반 설립 허가, 야간 자율학습 부활 등이 주요 내용이다. 경쟁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노선과 잘 부합하는 방안이다. 선택. 집중을 강조하는 시장 원리와 공교육의 접목이다. 과연 이러한 방안이 인재를 양성하고 공교육을 강화 하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만약 이러한 목적이 달성 된다면 국가 발전과 국민의 행복 증진이라는 궁극의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까?
교육부 정책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치열한 경쟁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향상 시킨다고 한다. 아침부터 벌어지는 0교시 수업과 밤까지 진행되는 야간 자율 학습을 통한 경쟁 촉진 방안이다. 이렇게 강도 높은 학습이 학생의 능력을 향상 시킬지 의문이다. 지식의 양적 성장은 이룰 수 있겠지만 학생들의 창의력은 . 현재 노동 시장은 창의성 있는 인재를 원하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강행되는 학습은 시장의 수요와 역행하고 있다.
공교육을 강화하여 사교육 시장의 수요를 줄인다는 목표도 성취되기 힘들다. 사교육에 대한 수요는 어떤 체제에서든 급우들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상대적인 측면이 강하다. 어떠한 형태로 교육 과정을 바꾸든지 간에 경쟁을 기반으로 한 현 체제에서는 사교육에 대한 수요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인재를 기르고 공교육을 강화하려는 목표는 이번 개편안으로 성취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번 개편안이 국가 발전과 국민의 행복 증진을 달성할 수 있을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을 내기 위해서는 지금의 학생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유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 해답은 물론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다. 그러기에 서울대반과 같은 우열반이 생기고 학생들 스스로도 경쟁의 대열에 기꺼이 참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생이 된 학생들은 더 이상 교육과학부의 소관이 아니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는 갓20세가 됐을 때부터 일괄 관리해오던 학생들을 방임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실태는 현재 문제되는 고학력 실업과 같은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높아진 대학 진학률이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 불일치(mismatch)를 낳아 대학생의 구직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학력을 높이기 위해 투자되었던 노력과 자본이 구직을 통해 적절한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 과다 공급돼 있는 기존의 고학력 실업자를 해결하지 못한 채 꾸준히 신규 대학생을 양산 한다면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을 탓할 수밖에 없다. 교육 과학부의 학력 강화 방침이 시장과 역행하는 것이다. 이번 정책이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이뤄 낸다 하더라도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 증진이라는 궁극의 목표를 달성하기에 요원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지금의 교육부 개편안은 학생 개인은 물론 국가 경쟁력 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다윈이 말한 적자생존의 이론이 적용 되는 상황에선 승자 독식(winner takes it all)이 나타난다. 학생간의 경쟁을 강화하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시장의 논리에 학생을 맡겨버리는 현 정책은 다윈이 이론이 시현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루는 말고삐를 잡고 뛰어가는 나그네가 있었다. 곁에 있는 사람이 바쁘면 말을 타고 가지 왜 고삐를 잡고 뛰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사람은 벌컥 화를 내며 바쁜데 말 탈 시간이 어디 있냐며 그 행인을 나무랐다. 교육부가 지금 하고자 하는 정책은 이 말고삐를 잡고 뛰는 나그네와 같다. 조금 더 멀리보고 더 생각한다면 우리 교육도 모두가 패배자가 되는 상황을 타개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 행인의 말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