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소스라치게 차갑다. 잘해주지 못했던 인연들에게 미안하단 사죄의 연락을 남기고픈

날이 있었다. 지금은 오히려 내게 부지부식간에 상처를 주거나 내몸에 무자비한 생채기를

남긴 이들에게 잘못하였단 말을 듣고 싶다. 별로 너그럽지도 그다지 참을성이 많지도 않은 내게

그 깊이를 시험해 보는 냥 무던히 많은 짱돌을 던졌던 이들에게 논리적인 설교가 아닌

감성적인 삿대질을 하고 싶다. 그대들이 무던히도 짓밟고 가볍게 여겼던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바다처럼 멍들어 있다는 것을 하늘도 보란듯 큰소리로 보여주고 싶다. 누가 아프라고

그랬냐는 비겁한 변명은 귀싸대기를 날리고픈 충동마져 일어나게 할 것이 명약관화.

어찌하든 미안하였다며 다시는 그대 마음 아프게 하지 않으리란 나직한 음성의 보살핌이야말로

울음섞인 참회보다 더 절절한 감정이입의 증거. 가끔은 나도 아프기 싫다고 가끔은 나도

애달픈 이가 목터지게 불러보고 싶다고 가끔은 나도 누군가에게 아무렇지 않게

하고픈 말 하고 싶다고.. 그러면 나의 이 아무것도 아닌 허상 뿐인 궁전은 무너져 내릴지 모른다.

스스로에게 괜찮다.. 하는 약물의 효능이 이제 다 했다며 죽어 지낸 시절들을 보상받고 싶다며

팅팅 부어 오른 내 심장의 우심방과 좌심실에도 휴가를 주고 싶다며 번잡한 내 귓가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하고 싶다며 부족한건 내가 아니라 그대들이라 말하고 싶다면..

그러면 나의 이 유리막 같은 신경세포는 수습불가능한 상태로 부서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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