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본인은 꽤나 심한 감기에 걸려 몸이 안좋다. 몽롱한 정신과 끝을 알 수 없는 콧물의 물줄기가 내 몸이 처한 상황을 나타내주는 훌륭한 지표 노릇을 한다.

 작년에 읽었던 책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감기에 걸린 부실한 육체로 할 수 있는 것이 몇 개 없다보니 이런 수동적이며 비창조적인 사업에 몰두하게 된 것이다. 학교에서 읽은 책들과 동네 도서관에서 읽은 책들 중 내가 대여 하여 읽은 책들을 추렸고, 그 중 전공서적이나 학교에서 독후감 명목으로 읽게한 책들을 열외로 하였다. 그리고 이 책들 중 10여권은 읽었는지 안읽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무슨 호사를 누리자고 기억이 나지도 않을 책들을 허겁지겁 읽어 제꼈는지 모르겠다. 

 전공이 경제학이지만 음악과 영화 그리고 미술에 관한 책이 주류를 이룬다. 전공서적을 넣지 않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경제학 관련 도서가 너무 적다. 일천한 실력으로 여기까지 해온 것만해도 대단하다고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기엔 뭔가 부족함이 많이 느껴지는 독서 목록이다.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 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강한 이들은 이러한 독서목록에서 나의 지적허영과 과시욕을 느낄 것이다. 왜 이러한 독서목록을 만들어서 스스로에 대한 마케팅을 하냐는 류의 비판. 최근에 그러한 지적을 하는 분들이 몇몇 있어 왔기 때문에 전혀 잘못된 지적은 아닐 것이다. 물론 그들의 비판을 오롯이 수용하기엔 그들이 안다고 생각하는 나의 실체와 스스로가 인지하는 나의 자아가 조금은 다르기 때문에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그들의 비판에 10분지 1정도 만큼만 귀를 열어줄 용의는 있다.

 내가 일부러 어려운 용어만 쓰고 나만의 용어로 나만의 성을 만들어 나간다는 그들의 비판에 대하여 내가 해줄 말은 이정도다. 즉, 아직 나는 미숙하고 어려운 것을 쉽게 풀어 쓰거나 쉬운것을 또 쉽게 얘기하는 경지에 이르지 못하였기에 지적허영에 가득찬 인상을 주는 것이라고. 그리고 아직 배워나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그냥 너그러이 좀 봐주면 안될까 하는.. 그냥 이러한 저러한 말이 필요없는 튼실한 간판이라도 있다면야 그들의 비판적 손가락은 내가 아닌 그들 스스로를 향하게 될 것이지만 우파적 실력주의가 만연하고 또 정당화 되는 현실에선 다 나의 잘못일 뿐이다.   

 이런 돈 안되는 일을 할 바에는 대중들이 숭배하는 자격증이나 학점 내지는 몇몇 유려한 간판을 만드는데 나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한다. 가만히 돌이켜 보면 자본과 밀접한 연관을 지닌 분야에서 나의 재능이 강세를 보였을 때 나를 숭배하는 듯한 컬트적 무리들은 스스로의 부족함을 책망했으면 했지 나의 다채로운 관심에 대해서는 대부분 찬양일색이였다. 하지만 이제는 현실이라는 무게를 딛고 일어서서 스스로가 꿈꾸는 이상향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가치관에 대한 재빠르면서도 열렬한 추종자가 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지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쩝.. 결론이 우울하다. 독서목록을 만들고 나서 무언가 글을 남겨야 겠다는 생각에 쉽게 쓰여지던 글이 다시금 어렵게 끝맺어지려 한다. 그리고 육개월 동안 리플이 하나도 안달렸다. 누가 리플 좀 달아줬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한거 같다. 장국영이 부른 월량대표아적심이 귓가에 흐른다. 감기 나으라고 자장가처럼 수면의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자야겠다. 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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