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 O.S.T.
조성우 작곡 / 유니버설(Universal)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행복의 이름은 행복하지 않다. 잔인한 거짓말이라는 그 행복이 
 
허진호의 손길에 닿아 실체없는 허상의 이미지로 전환된다.

 그 들이 처음 만났던 날의 어색함은 행복을 위한 전초이다.

 영화를 보고 난뒤 나누는 그들의 서먹한 대화는 사랑을 위한

 발걸음이고 긴 밤을 같이 지내며 떠날지 모르는 웃음을 걸고 다닐적

의 모습은 이미 사랑이다.

 행복원을 나오며 삶의 의지를 다지던 둘의 굳센 입술은 

 행복을 지키기 위한 아름다운 생존력의 발현이고

 궁상맞은 여자를 타박하던 남자의 높은 언성은 사랑을 위해선

 언어적 폭력도 마음의 표시라는 자기 합리화의 투박한 세공이다.

그 높은 언성에 대항하여 말조심하라는 갸냘픈 여인의 외침은

 사랑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자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일시적으로 도시로의 회귀를 꿈꾸던 남자의 소망이 영구화 되려 할 때 행복을 향해 나아가던 아

다지오 악장의 변주곡은 모든 것이 다 용서되는 3악장으로 전환을 꾀하는 낯선 전주곡이다.

 그리고선 둘의 이별이 기정 사실화 되었을때 그녀는 달린다.

이영화 최고의 명장면이다. 달리고 달려서 내 생명과도 같은

그의 잔상을 내 목숨과 같이 작별하고 싶다는 뜀박질.

 그리곤 둘은 영원한 이별을 꿈꾸는 눈빛으로 재회하곤

다시금 남자는 행복원의 쓸쓸함으로 돌아온다.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아름다운 영화 제목들은

아름다운 영상과 배우와 그림을 만들었다.

외출.. 행복.. 다소 추상적인 단어들은 허상적인 이미지와

뿌연 수채화를 그려냈다.행복의 수채화는 윌리암 터너의 그림과 같은

색감적 무정형성의 아름다움 보다는 조악한 풍경의 무정형성으로 인한

옅은 농도의 그림. 황정민은 전작 '너는 내 운명'의 이미지 덕분에

임수정과의 호흡이 어색하다. 연기를 잘 한다고 능사는 아닐 터.

이것은 허진호가 애초에 그린 밑그림의 문제다. 곳곳에 풍겨나는

죽음에 대한 성찰은 허진호 영화를 꿰뚫는 꾸준한 정서다.

죽음과 행복.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에서 느껴졌던

악마적 어두움이 임수정의 토악질에서 시작되었다면 지나친 감상일까.. 결국 행복이 없다는

클리셰한 주제만으로는 행복한 그림이 나올 수 없다.

행복하기 위해 뻔히 보이는 불행을 택하는 역설은 허진호 스럽지 않다.

 

추신:어느 지인이 이것이 톨스토이의 행복에서 연유한 작품이라 하였는데.. 뭇 자신 만만한 말투로 자신의 의견의 정당성을 피력했기에 그렇거니 했는데.. 아니였다. 자고로 사람이란 스스로에게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나는 다시금 되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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