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곡을 작곡한 라흐마니노프 조차도 자신보다 호로비츠가 연주하는 것이 더 낫다는 평을 내릴 정도로 호로비츠의 라흐마니노프 3번 연주는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다. 나이를 꽤나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음한음 내려 찍을 듯한 그 타건과 엄청난 기량은 왜 대부분의 피아니스트가 제일 존경하는 피아니스트로 리히터를 뽑지만 가장 닮고 싶은 피아니스트로 호로비츠를 꼽는지 알게 한다. 라이브 녹음의 열기와 함께 숨막힐듯 진행되는 이 연주는 곡 자체의 난해함을 뛰어넘는 호로비츠의 기교 때문에 더욱더 아찔한 순간을 경험하게 한다. 미스터치 하나 나지 않는 그 강한 타건과 더불어 한음한음 또박또박 들리는 호로비치의 손마디가 눈으로 보지 않고선 노인의 연주라 느끼기 힘들게 한다. 피아노 줄이 끊어질듯 이어지는 이 곡은 연주는 곡의 스산함을 뛰어넘는 서늘함을 느끼게 한다. 유진 오르망디의 반주또한 호로비츠의 압도적 기교에 굴하지 않고 비교적 제 목소리를 내고 있음에도 호로비츠를 따라가기 급급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이다.
호로비츠를 위하여라는 영화가 개봉 되었을때 사람들은 그 낯선 피아니스트의 이름에 당황스러워 했더랬다. 호로비치의 피아니즘은 피아노 전공자들에게 쉬이 권유해줄 만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영화 제목이 이야기 하듯 호로비츠는 아샤 하이페츠가 대부분의 바이올린니스트에게 그렇듯 피아니스트가 닮고 싶어 하는 표본이며 본인의 벽을 느끼게 하는 나쁜 사람이다. 이런 나쁜사람이 조금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컴퓨터가 체스 챔피언을 이기는 시기에 호로비츠같은 사람이야 말로 컴퓨터가 연주한 피아니즘을 넘어서는 기교와 감동을 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물론 컴퓨터의 피아노 연주는 감동을 줄지 의문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