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보다 글을 쓰는데에 있어서 자기 검열이 더 심해졌다. 방문자수가 매일 20명이 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 같다. 이 블로그를 꾸민건 집에 있는 CD를 정리하려고 구매 리스트를 작성하면서 부터였다. 내가 갖고 있는 씨디가 몇장정도 되는지 나 스스로가 궁금 하였기에 구매 목록에 여지껏 사모았던 음반들을 하나씩 정리 하였다. 내가 가지고 있지만 알라딘에서는 정보 검색이 안되는 음반들도 꽤나 있었다. 그렇게 정리를 하고 보니 왠지 뿌듯하였지만 좀 더 일목요연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음반을 장르별로 묶기 위해서 마이리스트를 작성하였다. 다 자기만족을 위한 분류작업이였는데 어느 순간 내 블로그에 드나드는 사람이 많아지는 걸 느끼고선 블로그를 좀 더 정갈하게 꾸미자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성격상 이만큼 한것도 대단한거라 생각하고 방치한 것이 지금의 내 블로그다.

알라딘 블로그를 통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의 생각과 사상들을 접할 수 있었다. 특히 드팀전 님의 홈피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분이 쓰신 글은 거짓 다 읽어 보았는데 독서를 한다는 느낌 보다는 대화를 한다는 느낌으로 읽었더랬다. 그분이 쓰신 글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나는 좀 더 명료하고 날카로운 지성을 갖게 되었다. 나는 항상 내 주윗 사람들의 모자람을 책망하며 독서를 통해서 세상을 보는 눈을 익혔는데 그분을 통해 그런 일방적인 수용자의 입장을 벗어난 대화라는 형태의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하하.. 그리고 예전에 내가 써놓은 음반 리뷰를 읽어 보았다. 참 이상하게 써놨다. 그때 리뷰 하나당 100원씩 준다길래 마구 써놓은 것들이 지금의 엄청난 리뷰수를 탄생시킨 계기가 된 것 같다. 가끔은 진지하게 쓴 것들이 있지만 대부분 즉흥적인 감상의 결과물들이기에 상당히 낯부끄럽기도 하다. 흔히들 말하는 내공이 모자라거나 필력이 달려서 부끄럽기 보다는 왠지 젠체하는 듯한 글귀들이 마음에 안든다. 지금 쓰면 좀 더 자기 성찰적인 자세로 리뷰를 쓸 것 같다. 전처럼 리뷰 공장장이 아닌 어느정도 조탁을 통한 예쁜 리뷰를 쓰고 싶다. 그래서 가끔 어떤 음반을 듣고 리뷰를 쓰려고 보면 예전에 내가 뭐라 끄적거려 놓은 리뷰를 발견할 때가 있다. 참 못썼다.. 라는 생각은 둘째치고 참 없어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국화 아저씨들이 이야기 했듯이 모든 지나간 과거 또한 사랑해야 하기에 윗단락이 전달하는 만큼 자책감을 느끼지는 않지만 마음에 안들긴 하다. 이런 자아성찰적 페이퍼를 쓰는 것은 아마도 몇몇 음반을 뒤지다가 이건 아니다 싶은 리뷰를 몇개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리뷰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예전의 내가 보였던 경미한 사고 수준과 미천한 감상의 폭을 나타내는, 약간의 경박함 같은 것이였다. 클래식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안타깝다느니.. 최소한 이 정도는 들어야 클래식 듣는다고 한다느니.. 이거 딱 보면 젠체할려고 쓴 글이다. 나는 최소한 저렇게는 안썼는데 하는 안도감과 함께 그 리뷰의 저자들이 풍기는 어설픈 선민의식 같은게 거슬렸다. 아침부터 상당히 까칠한 문체다. 조금 편히 살고저 했는데 알라딘에서 뵌 분들의 높은 도덕 수준과 지적 아우라가 아무래도 나의 나른한 일상에 채찍질을 가한 것 같다. 점점 지인들과 대화하면서 스스로를 유리시키는 듯한 나 자신을 발견할 때 마다 블로그를 통한 나의 지적 도움닫기의 폐해를 느낀다. 이게 다 그 이상하게 젠체한 글 쓴 인간들 때문이다. 난 이렇게 남탓을 너무 잘하는 거 같다. 버릇되면 안좋은데 일단 별 악의없이 하는 행동이니까 스스로한테 면죄부를 자주 주곤 한다. 그리고 아침부터 듣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나는 왜 음악을 이렇게 집중해서 듣지 않고 산만한 환경에서 듣는지 모르겠다. 글도 산만해 지고 있다. 그나마 지향점을 향해 달려가던 단어와 문장들이 각자의 갈길을 향해 호기롭게 정진하려고 한다.

피아니스트가 곡을 연주하기전 어느정도 손을 푸는 것과 동시에 연주에 대한 개략적인 그림을 그려 보듯이 나도 글 쓰기 전에 그와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언제나 내가 그린 개략적인 그림은 묘사의 디테일에 대한 나름의 수고와 세부적 자기검열을 거치다 보면 새로운 형태의 그림을 띄게 된다. 바이런 야니스의 피아노가 질주한다. 헐레벌떡 뛰어가면서 앞으로 고꾸라질듯한 느낌을 주는 그의 연주는 그런 불안정함을 내포한체 계속 달린다. 뮌쉬 아저씨가 반주자 인데 용케 잘 맞춰주고 있다. 호로비츠 할아버지가 보여주었던 '저거 인간 맞어?' 같은 느낌은 주지 않는데 사람냄새 나는 연주다. 굴드가 번스타인과 연주했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이 떠오른다. 번스타인이 서두에 굴드가 너무 느린 연주를 고집해서 연주가 느린거니까 자기 탓을 하지 말라고 했던 연주인데 이 급한 연주를 들으니까 갑자기 생각난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 앞으로 더더욱 내달릴 수 밖에 없는 듯한 폭발성이 조금 느린 부분에서 숨을 고른다. 숨 넘어가다가 서정적으로 변하는 피아노. 광폭함도 살리고 서정성도 살리고 괜찮다. 아.. 또 숨넘어 간다. 약간 힘이 빠진거 같기도 하고. 5선지에 그려진 음표를 모니터에 글자로 나타내니까 나만 신났다. 클라이막스다. 생각만큼은 폭발적이지 않다. 데이비드 헬프갓은 이 곡을 연주하다가 미쳤다 그런다. 근데 미칠만 하다. 음표가 너무 많다. 쉽게 넘어가는 듯한 부분에서도 끊임없는 타건이 귓가를 스친다. 1악장이 끝나갈 기미가 보인다. 피날레를 향하는 무수한 음표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해 소리친다. 그리고 다시 오케스트라가 울린다. 도입부에 제시 되었던 주제 선율이 흐른다. 도입부에서 줬던 느낌과 사뭇 다르게 처량하게 느껴진다. 슬픈 느낌이다. 곡이 끝날줄을 모른다. 아.. 그 말 쓰니까 끝났다. 2악장이다. 2악장 연주하다가 졸지 않을까 걱정이다. 아니면 흘렸던 땀이 식어서 춥지나 않을까.. 그래서 피아니스트는 체력이 좋아야 하나 보다. 20분을 더들어야 끝나니까 그만 쓰고 한자공부 해야겠다. 그리고 이제 세속적 냄새가 더 나는 공부를 시작해야 겠다. 왜냐면 난 소중하니까^^. -글 쓰고 오타가 많아서 수정했다.. 수정한게 이정도인걸 보면 한글이라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의 폐해를 실감한다. 또 남탓이다. 움하하하.. 그리고 수정하는 동안에 4명이 더 방문했다. 내가 글 쓰는걸 아나 보다. 파놉티콘에 갇혔나 보다. 어쩐지 트루먼쇼가 남일 같지 않더라니..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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