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몰락
고든 G. 창 지음, 형선호 옮김, 전홍철 감수 / 뜨인돌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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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억 시장 중국, 한류열풍, WTO 가입, 최근 신문방송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들이다. 90년 초에 중국과 수교할 당시만 해도 사태가 여기까지 진전되리라는, 그러니까 우리나라 가수들이 중국에 가서 공연을 하고 중국의 팬클럽이 환호성을 지르는 상태까지 진전되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비지니스맨들이 촉각을 기울이는 최대시장으로 부상했다. 앞다투어 중국말을 배우고 중국의 역사를 보고 중국시장을 공부하고 중국사람과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일들이 내 주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중국 가서 옷 사다 오퍼하는 친구, 중국사무소로 전화를 걸자 어색한 한국말로 전화를 받는 중국인 회사동료...저자의 책 제목처럼 중국이 몰락한다면, 지금 우리가 하는 짓은 모두 허사가 된다는 말일까?

결론은 꼭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거대 중국이 자본주의로 편입된 이상, 기성 정치체제와 사회문화체제로 버티어나가기가 힘들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중국의 몰락은 구체적으로 공산주의/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중국공산당 체제의 몰락을 의미한다.

저자는 그 근거를 여러 곳에서 들고있다. 경직된 정치체제로 인한 낭비와 비효율, 부패와 실업, WTO가 줄 충격...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은 사실들은 겉으로만 중국을 알았던 나에게 상당히 충격이다. 과연 중국은 저자의 예언대로 분리되거나 몰락할 것인가?

나는 이 책에서 중국 몰락의 근거보다는 오히려 이미 과포장된 중국의 현실이 눈에 띈다. 12억중 몇 억이 절대빈곤에 시달리지 않는, 구매력이 있는 '시장'일까? 중국시장은 과연 매력있는 시장일까 아니면 그저 값싼 노동력이 득시걸대는 제3세계에 불;과한가? 무엇이 현실일까? 감을 잡지는 못하겠지만 중국은 미국의 서부개척시대와는 무언가 다른 혼란한 곳이라는 느낌이 든다. 아시아적 정체성을 표현하는...

예언과 현실을 들어보았으니 전망도 봐야겠지만, 필자는 이미 현실로 모든 예언을 마무리한다. 적어도 WTO에 가입한지 5년내로 다가올 중국의 변화는 어떤 모습일까? 정말 궁금하다. 80년대 초 한국에서 붐을 조성했던 소설 '단'의 주인공 권태훈 옹도 그런 예언을 했었다. 북부의 공산주의자들과 남부의 자본주의자들 사이에 분열이 생기고, 거대중국은 쪼개진다...

사족으로 이 책의 저자는 상당한 글솜씨가 있는 사람이라 책을 읽는 것이 별로 어렵지는 않다. 분량이 많다보니 반복되는 말이 없지는 않지만 중국을 알고픈 사람은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할 책이 아닌가 싶다. 나도 친구에게 이 책을 한 번 권해봐야겠다. 장사 잘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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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6-23 0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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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고대 - 아시아연대총서 5
이성시 지음, 박경희 옮김 / 삼인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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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바른 지침을 줄 수 있는 좋은 책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렇다면 고대 만들어내기 경쟁을 어떻게 피해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는 답이 나온다는 점에서 아쉬운 책이다. 문제는 해석과 상상력을 어디까지 허용해야할 것인가, 근거와 실증을 어디까지 요구해야할까 하는 것인데, 이 점에서 저자는 비교적 상식적이고 객관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 상당히 노력한다. 그렇다고 만들어진 고대의 본 모습을 밝히지는 않는다. 저자의 의도는 '그것이 그런 것이다'를 알려주는데 있으므로.

중국의 입장에서 발해는 변방의 지방정부였고, 한국의 입장에서 발해는 고구려의 진정한 계승자요 남북조시대의 북조였으며, 러시아의 입장에서 자국의 영역에 문화의 흔적을 남긴 다양한 고대 종족국가 중의 하나였을 뿐이라는, 다양한 시각에 대한 해석은 빛나지만 서태지의 노래 '발해를 위하여'를 알고있는 한국인에게 그리 즐거운 결론은 아니다. 저자의 입장에 동의한다 해도, 그러니까 현재의 민족국가 입장에서 고대를 재해석하는 것이 결국 각 국가의 입장에서 고대를 만들어내는 것임을 인정한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과연 사실은 무엇인가? 고구려가 대한민국의 시조가 아니라 하더라도 과연 호태왕비의 진실은 무엇인가?

물론 저자는 이런 입장을 배제해야만 진실이 보인다는 참 당연한 입장에 서있지만, 근대 민족국가가 국가 이데올로기로 기능하는 역사를 개발해내기 이전에도 동아시아 각 민족간의 역사란 존재했다. 그것을 서구적인 민족국가의 개념으로 묶기 이전부터 왕조와 신민의 역사는 존재했으며 결국 동아시아의 국가들은 그것을 계승하고 있다. 우리는 얼마간 그런 입장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이 말은 저자의 독특한 정체성이 이 책을 저술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동아시아는 여전히 전근대냐 아니면 근대냐 하는 선택 밖에 없어보인다. 역사의 영역에서도 그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의 결론처럼 만들지 않으면 고대는 없어져버릴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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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식의 창조놀이
이차크 벤토프 지음, 이균형 옮김 / 정신세계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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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식의 창조놀이 / A Brief Tour of Higher Consciousness>는 이차크 벤토프라는 공학자의 마지막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우주심과 정신물리학>이라는 책을 읽어야한다. 그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 책은 반쪽짜리 역할밖에는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만이 아닌, 이차크 벤토프를 아는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생각일 것이다. 그렇다고 절대로 읽을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서평이라는 이름으로 이차크 벤토프의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한심한 일은 없을 것이다. 허나 정보를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이야기한다면, 그는 신비주의나 명상가들이 알쏭달쏭한 이야기로 전해주는 초월계, 정신계, 비물질계의 모습을 중학교3학년 정도면 이해할 수 있는 물리학과 수학으로 설명하는 참으로 기아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드물지 않지만, 이 사람은 꽤 오래전 사람이다. 이미 70년대 말에 세상을 떠난.

일찌기 <우주심과 정신물리학>을 번역한 류시화는 번역하는 내내 이차크 벤토프의 '의식'과 교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책을 읽지 못한 사람에게 그 고백은 귀신을 만나는 스산한 상상이겠지만, 책을 읽고나면 본인 스스로도 이차크 벤토프를 만나고 온 일에 놀라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참으로 당연하다. 우주의 지혜가 문자로만 이해되겠는가. 당연히 책을 쓴 사람의 영혼과 만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것은 이차크 벤토프가 니르바나, 즉 열반(涅槃)을 최고의 의식상태가 아니라 허공이 자신을 통과하도록 한, 진화의 한 단계에 불과한 상태라고 본 것이다. 열반을 지고의 경지로 알고있는 불교신자들은 받아들이기 힘든 입장이겠으나 서구적 배경에서는 그것을 지고의 경지로 받아들이기 힘든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봐야겠다.

열반과 같은 수준에 있는 것이긴 한데 허공이 자신을 그대로 통과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허공에 약간의 자기생각을 미치게 하는 것이 있다. 주로 한 행성계(지구같은)의 의식을 관장하는 높은 수준의 영혼들이 하는 일인데, 쉽게 이야기하면 행성수호신의 역할이다. 그는 이런 역할을 열반과 같은 수준으로 보고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소승과 대승을 그 나름대로 이해해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열반은 혼자만을 위해 하는 것이고 수호신 역할은 보살행이라는...

허공에 최고 위에 있는 절대자를 찾았더니 그게 바로 나였고, 순수의식계에 있는 나를 물질계의 내가 찾는 것이 바로 구도의 끝이라는 이야기의 흐름은 정말 재미있다. 정신계에 대한 과학적 서술은 신비주의보다는 더 읽기가 쉽다. 그러나 숭산스님의 말대로 김치를 환상적인 경험으로 설명하든 과학으로 설명하든 직접 먹어보는 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이차크 벤토프는 과학에 경도된 서양인들과 겉모습만 동양인인 오늘날의 우리에게 '쉬운 언어로 설명하는 명상과 초월계의 이야기 입문서'에 해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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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 만난 링컨
노무현 지음 / 학고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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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아이들이 쓴 <노무현이 만난 링컨>을 전철간에서 다 읽었다. 노무현이 이 글을 모두 썼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땜에 보좌관들의 수고가 더 컸으리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어쨌거나 독서의 내용만으로도 좋았다.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링컨은 결코 이상적인 노예해방론자가 아니었으며 노예해방이 미국의 헌법정신과 일치한다는 신념을 가졌을 뿐이었고, 연방이 해체될 위기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노예제를 지지할 준비도 되어있었다는 것, 오로지 연방의 복원을 위해서 원칙과 타협을 구사하며 온갖 비난과 모욕을 감수했다는 것, 결과적으로 연방은 해체되지 않았으며 노예는 해방되었다는 것...

노무현이 관심을 가진 링컨은 이런 상투적인 링컨의 이미지 보다는 정치인으로서의 링컨이 신념을 어떻게 지키고 정치력을 어떻게 발휘했던가 하는 부분에 있을 것이다. 링컨은 결코 과단성 있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신념을 쉽게 꺽지 않았고 원칙을 포기한 적은 없으나 이상을 지향하지도 않았고 고집스럽게 비타협적이지도 않았다. 미국연방의 통합과 한국의 지역분열 극복이라는 정치대의도 노무현이 공감을 가지고 볼 수 있는 부분이라면 숱한 낙선과 패배또한 책을 읽는 사람이 연민을 가질 노무현과 링컨의 닮은 점일 것이다.

나는 노무현을 지지하는 소박한 심정으로 이 책을 샀지만, 의외로 링컨은 많은 의미를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음을 알게된다. 우리의 정치대의는 무엇인가? 조국독립? 남북통일? 조국근대화? 신자유주의? 민주주의 완성?

아메리카 애국주의를 유치하다고 폄하하지만 우리는 그 작은 것조차 없다. 내 생각에는 아마도 민주공화국이라는 그 이념이 현실적으로 느껴지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 것이다. 우리가 어렵사리 그것을 이 땅 위에 세운 것이 불과 십수년 전이다. 노무현의 정치대의는 그것을 온전하게 만드는 것이리라. 민주화를 완성하고 지역분열을 극복하는 것은 결코 다른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할 것은 링컨이 당대에 결코 훌륭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는 노예옹호론자와 노예해방론자에게 각각 공격을 받았고 전쟁반대자와 전쟁지지자로부터 비난을 받았으며 심지어 그가 속한 당 내부와 군 장성들로부터도 음해를 받았다.

정치인이 당대에 인기를 얻는 것은 참으로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은 특정집단으로부터 표를 얻는 것일 뿐, 대다수의 사람에게 좋은 평판을 받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링컨은 인기를 고민하는 평범한 정치인이었지만 그것에만 머무르지 않고, 대범함과 관용과 치밀함으로 정치인의 능력을 발휘해 결과적으로 역사가 인정하는 최고의 미국대통령이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라면 노무현이 만나야할 링컨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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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대구, 대구 사람들
대구.경북역사연구회 지음 / 중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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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구사람이다. 대구에서 태어나 중학교 3학년때 서울로 왔다. 그래서 지금은 서울사람이다. 좀 쉽게 이야기하자면 나는 서울말을 하는 대구사람이다. 이게 아마 정확한 내 정체성일 것이다. 이 정체성은 어린 시절 나에게 상당한 시련을 안겼던 촌놈 컴플렉스의 원인이었고, 지금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노스탤지어의 뿌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대구의 역사를 전혀 몰랐다. 이 책은 나같은 대구사람들에게 대구가 그저 드라마 『태조 왕건』에 싸움터로 나오는데서 끝나는 도시가 아니라 어쩌면 필연, 어쩌면 우연으로 이루어진 한국에서 3번째로 큰 도시임을 알려준다.

어린 시절, 가끔씩 사생대회를 하던, 분수가 뿜어져나오는 조그만 공원(중앙공원)이 경상감영인줄을 어찌 알았겠으며, 최고의 번화가라는 동성로와 남성로가 대구성의 성벽이 있던 자리라는 사실을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하여 이 책을 읽은 후 나는 분명히 달라졌다. 역사로 파악하는 내 고향은 그저 어린 시절을 의탁하던 의미없는 지역과 분명 다른 것이었다.

거기다 나의 본적지인 경산이 한 때 대구보다 더 큰 읍성이었다는 사실은 또 하나의 충격이다. 언제나 대구의 부속물처럼 여겨졌던 이곳이 한 때 대구를 관할하던 곳이었다는 사실은 앞으로 대구광역시의 확장방향이 어디일 것인지를 알려주는 힌트이기도 하다.

당신이 대구사람이 맞다면, 이 책을 꼭 한 번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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