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보다 빠른 꼬부기, 아이 뇌에 잠자는 자기주도학습 유전자를 깨워라>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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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보다 빠른 꼬부기 - 제1회 대한민국 문학 & 영화 콘텐츠 대전 동화 부문 당선작 ㅣ 살림어린이 숲 창작 동화 (살림 5.6학년 창작 동화) 3
이병승 지음, 최정인 그림 / 살림어린이 / 2010년 4월
평점 :
오랜만에 책읽다 울컥했다. 천둥이와 미루가 나누는 대화 하나 하나가 어찌나 가슴속을 콕콕 찌르는지...
"내 이름이 왜 미루인지 아니? 엄마, 아빠가 서로 날 안 키우겠다고 미루니까 미루야."
"그렇다면 내 이름은 왜 천둥인지 아니? 아빠가 끝까지 버리지 않은 느려 터진 말의 이름이야."(178쪽)
천둥이는 느리다. 느려도 보통 느린 것이 아니다. 달팽이, 나무늘보, 굼벵이, 거북이, 꼬부기...모두 천둥이를 가리키는 별명이다. 천둥아빠는 빠르다. 엄청 빠르다. 직업도 퀵서비스맨이다. 천둥아빠는 천둥이를 개조시키기로 결심한다. 이대로 천둥일 뒀다간 경쟁사회에서 뒤쳐져서 한심한 인생을 살게 될 게 뻔하기에...
아빠의 심한 잔소리와 구박에 천둥이는 혹시 아빠가 계부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생김새부터 행동까지 뭐 하나 아빠와 닮은 구석이 없으니까. 의심은 현실이 되고 천둥이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천둥이와 너무 다른 키워주신 아버지와 자신과 너무 닮은 느리디 느린 친엄마 사이에서.
미루는 이모집에서 살고 있다. 하루 아침에 엄마, 아빠에게 버림받은 미루는 이모의 맘에 드는 아이가 되기 위해 엄청 노력한다.
"일찍 일어나고 내 방도 늘 깨끗이 청소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하라는 대로 다 해. 이거 하라면 이거 하고, 저거 하라면 저거 하고. 하지 말라는 건 안 해. 뭐 사 달라고 조르지도 울지도 않아."
"제일 힘든 게 뭔지 아니? 난 혜진이보다 너무 잘하면 안 된다는 거야. 혜진이는 이모 친딸이잖아. 그런데 친딸보다 내가 뭐든지 더 잘하면 이모가 속상하잖아. 그러니까 난 아주 조금만 잘해야 돼. 어떤 건 일부러 혜진이보다 조금 더 못하기도 해. 못하는 것도 혼날 만큼은 아니어야 하지."(90, 91쪽)
미루가 날 울린다. 항상 지갑 속에 빳빳한 천 원짜리 5장을 갖고 다니는 아이. 언제 이모가 자기를 버릴지 모르기에 항시 그 때를 대비하며 불안한 마음으로 사는 아이.
누구 마음에 들까를 고민하지 말고 네 자신이 마음에 드는지를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친엄마의 충고를 들은 천둥이는 미루에게 이야기한다.
"어쩌면 너희 이모도 그런 걸 바라고 있지 않을까? 네가 이모 눈치를 보기보단 자기가 원하는 걸 하려고 노력하는 아이. 자기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는 아이이기를 말이야. 어쩌면 넌 이모가 원하지도 않는데 스스로 이모 마음에 들려고 걱정하고 노력하는 건 아닐까?"(198쪽)
천둥이는 말한다. 가족이란 내가 결정할 수 없는 것도 맞지만 결정할 수도 있는 거라고. 처음에는 정해지는 거지만 나중엔 정해야 하는 거라고. 가족이란 선택할 수 없는 것으로 시작되지만 진짜 가족은 선택으로 완성되는 것이라고.
아빠의 아들이 되기 위해 빛보다 빠른 속도로 뛰어간 천둥이는 지금 행복하다. 사랑하는 아빠와 천둥이보다 더 느려서 좋은 엄마와 언제나 이야기 들어주는 친구 미루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