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토의 지붕
한수영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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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말을 안 한다.

할 수 없는게 아니라 안 한다.

아이는 지붕위에 올라가는 걸 좋아한다.

사람들에 대한 관심일 것이다.

관심은 애정인가?

이제 막 철거를 앞둔 명왕동.

거기에서 우주를 좋아하는 약국 삼촌과 상상을 즐겨하는 민수가 친구가 된다.

불안하고 팍팍한 현실을 그들을 아이는 지켜본다.

청진기와 대화하면서....

청진기는 들리지 않는 소리들을 듣게 한다.

아이는 청진기를 목에 걸고 바깐 세상과 소통을 포기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드러내지는 않을 뿐.

세탁소. 정육점. 약국. 비보이. 삼수생. 팽할머니. 순댓국집. 성신설비.

그들이 그렇게 서로 관심을 가지고 모여 살면서 철거의 막막함을 견뎌내고 있는 그 곳이 바로 녹두장군이 찾던 그 곳이.다. 나귀 똥구멍 속.

보고도 못 믿고, 두고도 못 찾는... 그들의 어우러짐이란 마치 요란한 뽕짝밴드같다.

저마다의 목소리와 저마다의 사연으로 자기 소리를 내면서 서로가 서로를 안쓰럽게 보듬는, 그러나 여전한 소란.

평생 자신을 두들겨 팬 남편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실컷 두들긴 다음 그 남편의 등짝에 약을 발라주는 아내. 한번 때리고도 이렇게 맘이 아픈데 넌 그 오랜 세월 동안 얼마나 맘이 아팠겠냐는 그 소리에 달라진 남편. 그래, 그럴 순 있겠으나, 서로 꼭 두들겨야 되는 걸까?

데릴라도, 삼촌도, 김약사도, 민수도, 정육점도, 비보이 소년도, 킬리만자로의 표범도, 녹두장군도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책장을 막 덮는데,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도 지금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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