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해후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4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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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이산

그렇다. 나이가 들수록 원가족, 친척들과의 만남이 별 의미가 없어진다. 어떤 인간적 교류도 없고, 다만 일상의 삶에 현실적 이득이 되거나 소용이 닿을 때 가끔 연락하는 그런 사이거나 아님 누군가 몹시 잘나간다면 가끔 대외 과시용으로 써먹는.... 이산가족이라고 해도 다를게 없을 것이다. 그러니 오래 헤어졌다 다시 만났다 한들, 그 만남이 현실적으로 소용이 닿지 않을 때 다시 헤어지는 것도 얼마든 있을 수 있는 일. 왜 그런가. 소용을 따지기에 그러하겠지. 소용이란 무엇인가. 이득이란 무엇인가. 물질적 이득을 중심으로 한 삶이 그렇게 만드는 거겠지. 마음을 잃고 사는 거겠지. 마음을 챙기면 나도, 가족도 챙겨지는 거겠지....

 

울음소리

칠년전 삼주일 산 아기를 낳고, 툭하면 아랫도리를 다 벗고 돌아다니는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며느리, 그의 귓가에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 울음소리 끝에 남편을 만난다.

솔직히...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잘 모르겠다.

 

움딸

세상 모든 아이는 다 좋아해도, 남편의 아들은 좋아할 수 없는 이유는 뭘까? 그 여자의 심정, 그리고 그 아버지의 친구의 딸에 대한 질투....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지 알고 내 알고 하늘이 알건만

진실로 진실로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욕망을 인정해 주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되 타인의 욕망을 어떤 기준으로 비난하고 평가할 때, 자신의 욕망의 순수성은 오염된다.

 

해산바가지

아들, 딸 가리지 않고 정성껏 손주들을 돌보아 주었던 시어머니가 망령이 났다. 그 예전의 기억을 잃고 며느리는 노추한 육체, 망가진 정신을 미워하고, 천대한다. 그러다, 그 예전 기억을 떠올려준 바가지를 보고, 회심을 한다. 위선 떨지 않은체 시어머니를 있는 그대로 보살피는 며느리가 된다. 망령이 나 정신이 망가져도 그 사람은 그 사람인가... 여전히?

 

초대

뭘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하여간 사업을 하는 남편이 주최하는 식사모임에서 아내는 영 겉돈다. 있는 자들이 무턱대고 자기 과시를 늘어 놓는 그 자리에서 아내는 냉면을 보고 수채구멍을 막고 있던 머리카락을 떠올리고 토악질을 한다. 사람이 자신의 심연의 정신을 놓고, 계속 겉돌기만 한다면 그것만큼 불행한 일이 또 어디 있으랴. 편안함, 자기다움, 진실함, 그냥 나 다움, 그런걸 챙기며 살아야 하는데, 그런데 내가 나 다울 때 가장 편안할 수 있을 터인데, 그러고 살고 있는걸까? 나 말이야.

 

애 보기가 쉽다고?

덜컥 애를 보겠다고 나섰던 맹범씨, 아무리 경력 화려하고, 재산이 많다고 하더라도 더러는 그렇게 땡전한푼없이 더러운 몰골로 어딘가를 헤멜때가 있으니 그게 바로 애 볼때? 블랙코메디 같다. 맹범씨는 이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사람을 행색으로 판단해선 안된다? 아니면, 애보기가 쉽지 않다?

 

사람의 일기

이 단편선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든다. 박완서 특유의 도덕적 결벽증이 가느다란 현악기의 줄이 울려 소리가 나듯 작가 내면의 갈등과 회심이 작고 가늘고 여리게 울리며 내 마음의 현을 함께 울리게 해 준다. 결국 작가가 자신에게 들이댔던 것은 진실함, 비교우위에 따른 행복이 아니라, 진실로 진실로 참되게 기도하고 기꺼워하지 못한 자신의 위선에 대한 심판같은 것이다.  병원 안에서는 나보다 심한 사정의 사람들을 보며 위안을 얻으며 그 것이 기도에 대한 응답이라고 기뻐했으나 병원 밖에서는 계속 불행할 수 밖에 없는 작가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신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기도를 올려야 하는 걸까? 신의 마음으로?

 

저물녘의 황혼

꾀병. 두 아들을 외국에 보내고 쓸쓸한 노후를 보내는 주인공. 주인공은 자신이 심각하게 여겼던 병이 결국 꾀병으로 밝혀지자 자신의 두 할머니를 떠올린다. 중풍으로 쓰러진 남편 옆에서 똑같이 쓰러져 똥오줌 싸며 중풍환자 노릇을 했던 첩할머니, 정말 타고난 재능이던가 아니면 집념일 것이다. 맨정신에 기저귀에 똥싸는 거, 아무나 못할 노릇이다. 뭔가.... 고독, 늙은이의 고독, 직시하고 껴안아야 할 노릇이다.

 

비애의 장

개와 이산가족 그리고 교수. 진실이 사라진 관계에 대한 일갈. 이산가족도 지도교수도 그러하다. 그저 관계 때문에 체면 때문에 엮어지고 그 안에서 진실할 수 없는 것에 갈등하던 주인공이 개의 순수한 눈빛을 마주하고나서 비애에 북받쳐 통곡을 한다. 진실할 수 없는 자신을 위한 통곡이리라. 어떻게 하면 스스로 진실할 수 있을까. 자신의 본연의 마음에 충실하면? 그게 뭘까? 걷어내고, 걷어내면 만날 수 있을까? 나의 모든 욕망과 불안과 의심과 거짓을 걷어내고, 걷어내면, 그 안에 빛난는 순수가 있을까?

 

꽃을 찾아서.

장면환씨네에 세들어사는 지요코. 아주 간단한 부탁인데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여 매몰차게 부탁하는...사람 사이의 정, 그리고 정의와 안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의 안정과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며 산다. 그것이 결국 굴욕의 삶이 됨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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