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 인연담 - 인연 속에서 깨치는 부처님 말씀
정태혁 지음 / 정신세계사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언젠가 여행 중에 어느 절 앞에서 불경을 나무판에 조각해 파는 분을 만난 적이 있다. 그 분이 들려주신 말씀이 정확하게 뭐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법구경의 한 구절이라는 것만 기억난다. 글귀는 단순했지만 단순함 너머로 깊은 진실을 간직한 말씀이었다는 인상이 아직도 남아있다.

남쪽으로 전해지는 것과 북쪽으로 전해지는 두 가지 법구경 중 남전 법구경을 부처님과 관련한 재미있는 일화들과 함께 묶은 책이 바로 이 '법구경 인연담'이다. 말씀으로만 읽었으면 그냥 지나치고 말았을 뻔한 게송들이 '인연담'이라는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묶여있어 게송의 감동을 더해주고 더 깊이 가슴에 새겨지는 것 같다.

인연과 일상 속에서 느끼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말씀의 향기, 고즈넉한 산사에서 은은하게 울리는 범종 소리처럼 책을 덮고 난 후에 더 길다란 여운이 남는다. 맑은 책, 좋은 가르침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돌아보면 발자국마다 은총이었네
이현주 지음 / 생활성서사 / 1995년 11월
평점 :
절판


동화작가, 번역문학가이기도 한 이현주 목사의 자전적인 에세이다.
태어나던 이야기부터 엉뚱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 쉰이 넘도록 지금까지 걸어오신 인생 이야기를 담백하게 써내려갔다. (책이 나온지 십년도 훨씬 전이라 지금은 환갑이 훌쩍 넘으셨지만)

스스로는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인생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결코 범상치 않은 삶을 범상한 태도로 살아오고 계신 모습이 더욱 대단해 보인다. 그리고 그 모든 경험과 사건 속에서도 몹시 치열하게 하느님(신)을 만나려고 노력해온 모습이 감동적이다.

책표지에 실린 사진이나 가끔 신문에 나는 모습을 보면 도대체 저 사람은 세상 풍파를 겪어본 적이나 있을까 싶을 만큼 평온해보이기만 한데, 지독한 가난, 병마, 이런 모든 것을 다 겪어오면서도 그 가운데 스스로 이룩하신 평화로구나 생각하니 간혹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 시점에서 문득 나는 나 자신에게 떳떳한 일을 하고있는지 모르겠다. 누군가의 삶이 다른 누군가에게 감동이 된다는 건 어떤 뜻일까, 곰곰 생각해보게 되었다. 기독교 목사의 신앙고백적인 에세이지만 종교와 관계없이 진리에 목마른 사람이라면 여기 앞서가고 있는 선생 한 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커피 이야기
줄리아 알바레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이 이야기는 말 그대로, 커피,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커피는 우리가 흔히 아는 커피하고는 좀 다르다.

일회용 인스턴트 커피도 아니고 콩다방 별다방 커피도 아니다.

이 커피는 새들이 불러준 노랫 소리를 들었고, 빗방울이 커피 나무 잎사귀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고

사람들의 눈물과 한숨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애정과 고난 속에서 자란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이 깊고 진한 향을 지녔다.

그래, 이 이야기는 응달에서 느리게 자라는 커피 이야기이다.

응달 커피가 세상에서 제일 진하고 맛있는 커피가 되는 과정.

그리고 그 커피를 가꾸는 농민들 이야기.

너무나 따뜻하고 향기롭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이 있어 여류의 노래 1
이병철 지음 / 민들레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如流 이병철 선생님의 시와 산문을 모은 책이다.

자연 속에서 소박하고 겸손하게 살아가면서 자연에 대한 경외와 우주와 섭리에 대한 찬미, 신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그분의 시는 루미하곤 또 다르지만 감히 루미와 닮았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이 분의 시가 연재되는 잡지를 몇 년 째 받아보고 있는데, 시가 맑은 것을 보고 산 속에 틀어박혀 도닦는 분이신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귀농운동 하시는 바로 그 이병철 선생님이셨다. 좋은 글을 대할 때마다 더욱 절절하게 느끼는 것이지만, 좋은 글은 절대 골방 속에서 안나온다. 살아있는 땅, 살아있는 하늘, 살아있는 공기와 물, 그 속에서 땀흘리고 살아가는 모습에서 나온다.

몇 줄 안되는 시 한 수로도 깊은 가르침을 주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의 건축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예리한 관찰력, 가볍고 쉬운 설명, 풍성하고 멋진 문장.
드 보통이 가진 장점들이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는 책.

'집'이란 우리에게 무엇이며 아름다운 건물과 그렇지 않은 건물 사이의 차이는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결국 '결핍'된 무언가를 채울 수 있는 가치가 물리적으로 구현된 것이라는 의견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나는 알랭 드 보통을 참 좋아한다. 우리나라에서 나온 웬만한 그의 책은 출간도 되기 전에 예약해서 사 읽을 정도였고, 소설 에세이 가릴 것 없이 전부 읽고 사람들한테 선물도 많이 했다. 그런데 그런 드 보통이 이제 좀 시큰둥한 것은 내가 너무 변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보통이 여전히 그때 그 자리에 머물러 있기 때문일까?

똑똑하고 시니컬한 스물네 살 보통이 쓴 'Essey in Love'를 읽고 충격에 빠졌던 스물여섯의 여자아이는 서른이 되니 그의 해박하고 똑똑하고 명료하고 시니컬한 글에 시들해졌구나. 아직도 동공이 확장되는 멋진 문장이 간간이 등장하긴 하지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