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스 - 매와 소년
배리 하인즈 지음, 김태언 옮김 / 녹색평론사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누르팅팅한 재생지, 그 흔한 작가 사진 한 장 안박힌 겉표지, 너도나도 양장본을 미친듯이 찍어내는 세상에 오천 원 짜리 소설이라니, 겉모양도 내용도 다소 시대착오적(?)인 이 책. 하지만 읽고나면 가슴 언저리가 훈훈하게 뎁혀지는 책.

밤낮으로 괴롭히기만 하는 의붓형, 가정을 돌보지 않는 어머니, 가출해버린 아버지... 가족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동거인들과 지내면서 '야생'에 가까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빌리. 어느 날 빌리에게 야생 새매 한 마리가 생기고 그 새매를 훈련시키는 과정을 통해 빌리 또한 자기 자신을 성장시킨다는 내용이 줄거리.

번역이 산만하고 문장이 어지러운 것을 제외하면 참 재미있는 이야기책이다. 특히 빌리가 루어를 날려 케스를 훈련시키는 장면이나, 이기적인 석덴 선생과의 축구 장면, 버려진 극장에서 아버지와 영화보던 옛 기억을 떠올리는 장면은 시각적 형상화가 아주 뛰어나서 영화로 만들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아니나다를까, 영국에선 이미 TV영화로 제작되어 널리 보급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광산촌에서 자라나 탄광관리, 대장간 조수 등을 거쳐 체육교사로 일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역시 삶이 글을 쓴다. 내가 지금 어떤 삶을 택하느냐에 따라 이 다음에 내가 쓸 글이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 하루하루가 아주 아깝고 귀하고 또 무섭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