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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거일의 세계환상소설사전
복거일 지음 / 김영사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근년 들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각광받고 있는 문학장르를 꼽으라면 단연 환상소설일 것이다. 몇년째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파올로 코엘료의 소설을 비롯해 해리포터 시리즈, 영화로 만들어져 더 유명해진 반지의 제왕, 9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서 창작되어 많은 팬을 낳았던 퇴마록과 최근의 드래곤라자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점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환상소설에 대한 간략한 소개서이다.
저자는 환상소설의 성격과 영역, 환상소설의 역사, 주요 작가들과 작품의 목록을 비롯해 앞으로 더 확장될 환상소설 시장의 가능성에 대해서 소설가다운 안목을 제시한다. 특히 소설이라는 장르를 맨처음 개척해내고, 활자술이나 다른 기술에 있어서도 수세기나 유럽에 앞섰던 동양의 한자문화권 국가들이 어째서 유럽문화에 잠식당해 있는지에 관한 고민과 우리나라 환상소설이 그간 거둔 성과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까지 고찰하고 있어 창작가로서 저자의 고충을 짐작할 수 있다.
<구운몽>이나 <금수회의록>같은 뛰어난 환상소설의 기반을 마련했던 우리나라가 개화기 이후 지금까지 오로지 리얼리즘의 압박 속에서 제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지 못했던 것과 그나마 피어나기 시작하는 환상문학이 '드래곤라자'처럼 국적불명의 작품이 되어버린 현실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우리에게도 꾸준히 환상문학에 대한 수요가 늘고있다는 사실이다. 수요가 있다는 것은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원한다는 것이고 누군가는 그런 이야기를 써낼 수도 있다는 말이니까. 영상과 게임문화의 세례를 입고 자라난 젊은 세대들에게 뭔가 대단한 한 방을 기대해도 좋을까?
'사전'이란 제목에 걸맞지 않게 내용이 빈약하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이 책을 첫 시도로 더 나은 환상문학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